‘제2의 포니’를 꿈꾼다...해치백 전성시대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0.08 16:39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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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사태로 골프 점유율 흔들...르노 클리오 가세할 수도
한국 최초의 해치백 모델 현대자동차 ‘포니’ / 사진 = 현대차 H-tour 홈페이지

1976년 현대차가 국내 최초 독자 모델을 내놓는다. 이름은 ‘포니(PONY)’. 조랑말이라는 이름 그대로 차체는 다부졌고, 실용적인 디자인은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13년 동안 꾸준한 전성기를 구가하던 한국 최초의 해치백(hatch back) 포니는 1989년 단종과 함께 잊혀졌다.

그리고 40여년이 흐른 오늘날 해치백은 찬밥신세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연달아 내놓은 해치백들은 포니보다 세련됐고, 포니보다 잘 달렸지만 포니만큼 사랑받지 못했다.

실용성보단 디자인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 특성이 부진 이유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해치백 부활’을 노리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모두 해치백 디자인과 성능을 향상시키며  ‘제2의 포니’ 자리를 넘보고 있다.

◇ 국내 소비자 “엉덩이 큰 해치백? 디자인이 별로에요”

유럽에서 사랑받는 해치백이 국내에서만 죽을 쑤는 이유로 몇 개가 꼽힌다. 첫 손에 꼽히는 이유는 특유의 디자인이다. ‘안티 해치백’을 외치는 소비자들은 엉덩이가 통통한 해치백 특유의 디자인이 세련미를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얼마 생애 첫 차로 준중형 세단을 선택한 직장인 최민기(32)씨는 “해치백과 세단을 비교해 봤을 때 해치백 장점을 찾기 어려웠다”며 “짐을 많이 싣는 경우도 드물고 해치백 가격도 결코 싸지 않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다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해치백 성적은 신통치 않다. 현대자동차 해치백 모델인 i30와 벨로스터는 올해 9월까지 각각 2511대와 1053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6.6%, 23% 급감했다.

이쯤되면 현대차가 해치백을 포기할만도 하지만 놓기가 쉽지 않다. 해외에서 해치백 인기는 국내와 천양지차다. 업계에 따르면 벨로스터는 지난달 미국에서만 2118대를 팔아치웠다.

국내 수입 해치백 공세도 거세다. 디젤 조작파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폴크스바겐 골프가 대표주자다. 골프는 지난해 국내에서 7238대가 팔리며 현대차 i30(6660대)를 뛰어넘어 해치백 시장 1위를 기록했다.

그밖에 올해에만 BMW ‘New 1시리즈’, 아우디 ‘New 아우디 A1’, 푸조 ‘308 1.6’ 등의 수입산 해치백들이 쏟아져 나왔다.

◇ 해치백 연비 경쟁...르노 클리오 가세 관건

업계에서는 한국 자동차시장이 유럽과 미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결국에는 특유의 실용성을 앞세운 해치백 모델이 각광받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일본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해치백 모델 판매량이 세단을 뛰어넘는 일이 다반사”라며 “디자인이 떨어진다는 것도 편견이다. 최근 출시되는 해치백은 결코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세단보다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모델도 많다”고 밝혔다.

실제 골프를 필두로 한 해치백 디자인은 ‘짐차’ 이미지를 탈피해 가고 있다. 해치백 주 소비자층이 20~30대 젊은 세대기 때문에 세단보다 디자인 차별화에 더 공을 들인다는 게 업계 공론이다.

과거보다 디자인 비중이 커졌지만 여전히 해치백 장점은 실용성이다. 완성차 업계는 보다 넓은 적재 공간, 보다 높은 연비를 구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해치백 시장 수위를 점하고 있는 ‘2015 골프’는 해치백의 극강모델이라 불린다. 그만큼 안전성, 연비, 가속성 모두를 잡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6.1㎞/ℓ에 이르는 연비가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단지 최근 폴크스바겐 스캔들 영향으로 판매가 주춤한 상태다.

현대차는 i30에 독자개발한 7단 DCT를 장착해 연비를 17.8㎞/ℓ까지 끌어올렸다. 토크가 30.6㎏.m, 최대출력이 135hp으로 힘이 좋다. 가격 면에서도 골프보다 100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하지만 골프보다 떨어지는 인지도가 단점으로 꼽힌다.

해치백 시장에 복병으로 떠오르는 모델이 르노 클리오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가 2016년부터 클리오를 수입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오는 르노가 1990년 처음 출시해 지금까지 120여 개 국가에서 1200만대 이상 팔린 르노의 주력 해치백 모델이다

최대출력와 토크가 떨어지는 게 단점이지만 디젤 모델 연비가 31㎞/ℓ에 이른다. 클리오가 국내에 출시될 경우 국내 해치백 시장 점유율이 소용돌이칠 수 있다. 국내 출시 가격은 미정이다.

구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은 실용성을 앞세운 레저차량과 해치백 모델의 인기가 높다”며 “국내도 가족문화가 발달하고 있고 여가시간도 늘고 있어 해치백 시장이 점차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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