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對中 수출 여건, 가시밭길로 바뀌고 있다
  • 원태영 기자 (won@sisabiz.com)
  • 승인 2015.10.14 11:57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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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공무역 억제 및 자급률 확대정책 원인...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자료=한국은행

중국 산업구조가 가공무역에서 벗어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자급자족형 경제구조로 바뀌면서 한국의 수출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은행 김진호·조유정 조사역과 김용복 차장이 14일 공동발표한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과 우리나라 대중수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가공무역 억제정책과 수출 및 자급률 확대정책이 한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무역이란 다른 나라에서 원재료나 반제품을 수입해 가공·제조한 다음 완제품을 수출하는 무역 형태를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이 1%포인트 증가하면 한국의 중국 수출은 0.5~0.6%포인트 늘어난다. 그러나 2012년 이후에는 이런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01~2007년 연평균 24.8% 증가한 한국의 중국 수출은 지난해 0.4% 감소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 7.2% 줄었다.

이는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걸쳐 가공무역을 적극 장려하면서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자료=한국은행

하지만 가공무역을 가장한 밀수, 선진국의 통상압력, 무분별한 생산 확대 등 문제가 발생하자 1999년부터 가공무역 품목을 허용, 제한 및 금지품목으로 구분해 관리에 나섰다. 2004년 10월 종자, 화학비료 등 341개였던 가공무역 금지품목은 지난해 12월기준 1871개로 대폭 증가했다.이에 따라 중국 총무역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53.7%에서 2014년 32.8%로 크게 낮아졌다.

가공무역 제한 조치로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이 꾸준히 축소됐지만, 한국의 중국 수출은 여전히 중간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3.0%에 달한다. 반면 소비재 수출은 7.0%에 불과했다.

중국의 지난해 가공무역 관련 수입을 국가별로 보면 한국이 986억 달러로 전체의 20.0%를 차지했다. 이는 대만(15.4%)이나 일본(11.2%)이 중국에 수출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 정책으로 한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의 억제정책으로 인해 2012년 이후 석유제품 중국 수출 기여도는 2003~2007년 8.7%포인트에서 2012~2014년엔 –5.2%포인트로 낮아졌다. 중국이 원유정제시설 생산설비를 늘려 석유제품 수입이 연평균 12.3%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자료=한국은행

더 큰 문제는 중국정부가 기계, 자동차, 소재부품 등의 자급률 확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25%에 달하고 특히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한국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김진호 조사역은 “중국 정부가 기계, 자동차, 소재부품 등의 자급률 확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이들 품목의 중국 수출 증가율 둔화에 대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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