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 당분간 문제 없어, 중국 추격 힘들 것
  • 민보름 기자 (dahl@sisabiz.com)
  • 승인 2015.10.14 18:59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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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선진국이 경기 이끌어...글로벌 수요에는 호재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 홍보사진/사진=SMIC홈페이지

국내 산업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한국 부품 산업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기 침체와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불안 요인이 되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오히려 주요 완성품 수요처인 선진국 경기가 안정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부품산업, 경제 전문가들이 14일 ‘차세대 반도체 시장 동향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에선 나중혁 현대증권 투자전략 팀장과 박정환 SK하이닉스 수석, 김병진 엠코코리아 수석, 유승빈 삼성전자 수석, 신현준 LIG투자증권 연구위원이 차례로 강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부품 수요가 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용자 경험 변화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리라는 예상도 나왔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청중들의 관심과 질문이 집중됐다. 반도체 수출이 2014년 한국 수출액의 10.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61.4%를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

신현준 연구위원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세가 둔화하면 한국 반도체 수출도 위기에 쳐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면서도 “중국 GDP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과 반도체 수입액은 관련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반도체 수요는 내수보다 미국수출을 위해 세트(set) 제품을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신 위원은 “오히려 글로벌 GDP와 반도체 시장의 상관계수가 앞으로 4년간 0.9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수치가 똑같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실제로 향후 선진국 시장이 경기회복을 이끌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나중혁 팀장은 “미국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2, 3년간 선진 시장이 완만한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추격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신 위원은 “중국은 반도체 산업은 시스템 반도체 위주로 당장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이 당장 가전업체 고객과 관계를 끊고 20나노 이하 미세화 공정에 집중 투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중국의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인수 전망과 중국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 24조원 투자하기로 한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같은 중화권이지만 아직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대만 기업이 중국에 사업을 매각하기 힘들 거라는 게 신 위원의 생각이다.

24조원 투자에 대해서도 신 위원은 중앙 정부 투자가 6조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가 각자 분산 투자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유리한 대규모 투자와 수직계열화가 어렵다. 이를 바탕으로 신 위원은 10년 동안은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부품 분야 발전이 촉진되고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미지 센서 전문가인 유승빈 수석은 “최신 스마트폰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우리 입장에선 (카메라 부품을) 많이 팔 수 있어졌다”면서 “A8 제품에 업계 최초로 쓴 1/3인치 크기 1.0 마이크로(um) 16메가픽셀(MP) 카메라가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 많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환 수석은 웨어러블 기기와 위치기반 서비스(LBS), 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 사용자 경험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20년까지 70억 인구가 5000억개 기기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데이터 센터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SK하이닉스도 데이터 센터 운영 기업들과 메모리 아키텍처 변경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 센터가 사용자 데이터를 받고 보내는 응답(response)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세미나에선 모바일 기기가 작고 얇아지면서 부품 패키징(packaging) 기술이 발전하는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김병진 수석은 “모바일 기기가 작아지면서 중앙처리 장치와 센서 등 부품이 통합되는 게 중요해졌다”면서 “삼성전자 갤럭시S6는 AP칩과 베이스밴드가 적층되는 구조가 적용돼 특이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애플 워치는 센서만 밖에 있고 나머지 부품은 한 블록(bloc)으로 싸인 일명 S1 SiP(system in package)모듈로 업계에 전환점을 제시했다고 평가됐다.

한편 나중혁 팀장은 “향후 2년에서 3년간 선진국이 기초체력을 회복할 동안 우리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미국 금리인상 시기가 돌아오면 우리에게 충격이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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