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외국 기업 배 불리려 SW산업진흥법 만들었나
  • 원태영 기자 (won@sisabiz.com)
  • 승인 2015.10.16 15:06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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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발효 후 국내 IT기업 생산성 하락...공공 IT 사업 외국계가 점령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스마트시티 부산 비전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영세한 국내 IT기업을 위해 마련된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이 오히려 국내 IT 업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대기업 공공입찰 자격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을 개정·시행했다.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 중소 IT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 발효 이후 공공정보 시스템의 품질이 저하되고, 중소 SW 기업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SW산업진흥법 발효 후 중소 SW기업 생산성 낮아져

한국경영정보학회는 지난 8월 SW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국내 SW산업 생태계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 연구팀은 SW생태계의 생산성 분석 결과 법 개정 이후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중소 SW기업들의 생산성이 크게 낮아져 중소 SW업체 육성이라는 법 개정 취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매출액 300억원 이상, 8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 가운데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22개 업체를 조사했다. 업체들은 법 개정 이후 대기업 참여 제한으로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매출이 늘며 평균 매출액도 2013년 896억원에서 지난해 977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과잉 경쟁, 해외 제품에 대한 가격 협상력 부족 등으로 영업이익률은 2013년 0.016%에서 지난해 0.001%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공공사업의 비중이 높을수록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보다 영업이익과 기업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이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370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매출에서 공공정보화 사업 비중이 10% 증가하면 영업이익률은 16.7%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대기업 참여가 배제되면서 공공정보기술(IT) 시스템 품질 저하, 납기 지연, 장애 발생 등이 잦아 공공기관 발주자들의 불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호근 한국경영정보학회장은 “SW산업진흥법 개정이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법 개정 목적은 이루지 못하고 거꾸로 SW산업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인위적인 규제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SW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정책 대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도 “대기업의 공공부문 IT 서비스 산업 참여 제한이 중소기업 육성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며 “프로젝트 운영 노하우가 없는 중소기업은 수익성이 낮아지고, 대기업 규제를 피한 중견기업은 성장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규모 공공 IT사업, 외국계 기업이 점령

시스코, IBM 등 해외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실증단지 조성사업 등 국내 대규모 공공 IT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형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은 적극 나서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4월 사물인터넷 실증단지 공모에서 스마트시티 분야에 SK텔레콤·부산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컨소시엄은 지난 9월 시스코,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국내 IT 서비스 업체 중에서는 롯데정보통신만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시스코와 IBM은 이 프로젝트 이외에도 인천 송도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와 스마트시티 챌린지 평창 등 국내 주요도시의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IT 대기업들은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공정하게 컨소시엄 공모를 진행, 국내 업체들에 대한 역차별 요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IT 대기업들이 국내 주요 IT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SW산업진흥법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 후 정부에 꼬투리를 잡힐까 봐 아예 공공 IT사업에서 손을 뗀 상황”이라며 “한국은 현재 외국계 ICT 업체들의 테스트 배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법 개정 이유에 대해 “중소SW업체를 살리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국내 대기업 참여를 제한함으로서 외국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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