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식별신용정보 악용 논란 가열
  • 이준영 기자 (lovehope@sisabiz.com)
  • 승인 2015.10.16 18:00
  • 호수 13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위, 이용 가능토록 법 개정 추진...시민단체 “민간 사찰 위험성 우려”
사진=이준영 기자

금융위원회는 비식별 정보의 동의 목적 외 이용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와 학계는 개인 정보 침탈과 오남용을 우려하며 법 개정이 아닌 유권해석에 따른 비식별화 정보 이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부의 개인 신용정보 오남용 우려의 핵심은 두 가지다. 비식별정보의 개인 동의 목적 외 이용 가능성과 금융위의 신설 신용정보집중기관 장악 여부다.

비식별 정보를 동의 목적 외에 이용하려면 신용정보법(시행령)을 개정해 비식별정보를 개인신용정보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가 빅데이터 활성화를 이유로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금융위는 국회 정무위원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일시 멈췄으나 계속 추진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16일 윤창호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비식별정보를 개인신용정보에서 제외해야 빅데이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이를 가능토록 하는 시행령 개정 추진이 정무위 반대로 멈췄지만 장기적으로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식별정보는 재식별화가 불가능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 단체와 학계는 정부의 민간 신용정보 오남용과 민간 사찰 위험성을 제기했다.  

비식별정보라도 다른 개인정보·SNS와 결합하면 재식별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별적으로 비식별화 된 정보라도 데이터가 많이 모이면 그 속에서 특정 개인을 찾을 수 있다”며 “빅데이터는 이런 재식별화 측면에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인 백주선 변호사도 “신용정보집중기관 정보와 국세청 등의 정보가 결합하면 재식별화가 가능하다”며 “이를 통한 민간 사찰 위험성이 있는데다  신용정보집중기관에 개인의 신용정보와 질병 정보까지 모인다”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스위니 교수팀은 우편번호와 생년월일, 성별 자료만으로 비식별화된 공개 빅데이터 중 4분의 1 정도의 자료에 대해 개인을 식별했으며 그 정확도가 90%를 넘었다.

금융위가 신용정보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유권해석으로 비식별정보를 동의 목적 외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금융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신용정보를 비식별화할 경우 동의 목적 외 이용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개선 방안으로 발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신용정보법(특별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된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은 “법이나 시행령 개정이 아닌 유권해석으로 비식별정보를 이용하려 하는 것은 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동우 금융위 신용정보팀장은 “유권해석은 법원에서 판단할 때 달라질 수 있기에 지금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우려는 금융위가 신용정보집중기관을 지배하려한다는 지적을 기반으로 한다.

백주선 변호사는 “신용정보기관 설립을 주도하는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이 금융위 추천 인사다. 통추위 위원장은 자신을 뽑아준 금융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금감원 인사가 통추위 사무국장을 하는 것도 금융위의 신용정보집중기관 지배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비식별화 정보 이용에 따른 부작용 방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융위는 비식별화 정보 이용에 따른 개인 신용정보 오남용·유출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 소송 허용 등 안전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교수도 “다양한 경로로 수집되고 결합되는 빅데이터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정책적 규제는 정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정보 이용자에게 개인의 사생활 보호 의무라는 포괄적 의무를 지우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정보집중기관 통합추진위원회에는 금융위 추천 인사 2명, 은행·보험·금융투자·여신금융 등 업권별 협회 추천 1명씩 6명이 있다. 오재인 단국대 상경대학장이 위원장이다. 김준현 전 금감원 제재심의실 국장이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신설 신용정보기관은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여신협회·생보협회·손보협회 등 5개 신용정보집중기관에서 관리하던 신용정보와 보험개발원 일부 정보를 통합 관리할 예정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