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갈수록 볼썽사납다”
  • 한광범 시사비즈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0.22 14:04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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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 “장남이 후계자인 건 당연한 일”…‘형제의 난’ 2라운드 돌입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93)의 두 아들이 10월16일 다시 충돌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1)이 신격호 회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신 회장의 집무실 관리 권한을 접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0, 이하 경칭 생략)이 10월14일 광윤사 이사에서 해임됐다. 반면 롯데그룹 경영권 경쟁자인 신동주는 광윤사 대표이사가 됐다. 광윤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지난 8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신동주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광윤사는 10월14일 오전 9시30분부터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에 위치한 광윤사 담당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었다. 안건은 각각 두 개였다. 주주총회에선 신동빈의 이사직 해임과 신임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신임 이사로 신동주 측 인사인 이소베 데쓰(磯部哲)가 선임됐다. 그는 20년 동안 비서로서 신격호를 보필한 인물이다. 또 이사회는 신동주를 광윤사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10월16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뒤쪽)이 배석했다. ⓒ 연합뉴스

광윤사의 이사회 구성은 당초 신격호, 신동주, 신동빈으로 이뤄졌다. 두 아들 간의 견제와 균형이 고려된 구도였다. 그러나 이번 주주총회·이사회를 통해 광윤사는 신동주가 장악하게 됐다. 광윤사의 지분 구조를 볼 때 신동주의 광윤사 장악은 애초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신동주는 광윤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신동빈은 38.8%였다. 그 밖에 두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가 10.0%, 신격호 회장이 0.8%, 롯데재단이 0.4%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번 이사회를 통해 지분 구조에도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이사회는 신격호 지분 중 일부를 신동주에게 매각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매각 주식 수는 1주였다. 롯데 총수 가족회사인 광윤사는 정관에 지분 매각 시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신동주는 과반 지분을 확보했다. 이사 선임과 지분 매입을 통해 광윤사를 틀어쥐게 된 것이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다. 신동주도 광윤사와 별개로 롯데홀딩스 지분 1.62%를 갖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광윤사 주주총회·이사회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광윤사는 지주회사가 아니라 가족회사에 불과하다”며 “롯데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8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당시에도 광윤사는 신동주가 장악하고 있었다”며 “결과는 신동빈의 압승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광윤사를 장악했지만 신동주의 추가적인 반격 수단은 많지 않다. 롯데그룹 측이 자신하는 대로 롯데홀딩스 지분 다수는 신동빈 우호 지분이다. 특히 지난 8월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승리의 결정적 배경은 종업원·임원 지주회의 지지였다.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는 각각 27.8%와 6.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다른 지분은 롯데 5개 관계사(20.1%),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 10.7%), 총수 일가(7.1%), 롯데재단(0.2%)이 갖고 있다. 모두 롯데그룹과 관련돼 있는 지분으로 신동빈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의결권이 없는 지분을 제외해도 광윤사의 지분은 전체의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즉, 신동주는 종업원·임원 지주회 지지 없이는 롯데홀딩스를 장악할 수 없는 구조다.

일본 도쿄에 있는 광윤사 본사. ⓒ 시사저널 자료사진

신동주, 종업원·임원 지주회 우군화 작업 착수

종업원·임원 지주회는 우리나라의 우리사주와 비슷하다. 직원들이 과장이나 등기임원 승진 등을 통해 자격을 얻게 되면 액면가로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지주회 의결권은 개인에게 두지 않고 각 지주회 대표자 1인이 갖게 된다. 종업원·임원들은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주식을 취득하지만 임의적인 매매는 불가능하다. 대신 보유 주식에 대한 배당소득을 받게 된다. 롯데의 경우 10~12% 수준이다. 상당한 고액 배당이다. 퇴직 등의 사유로 자격을 상실하게 될 때 후임이나 회사가 지정한 사람에게 액면가 매각을 강제한다.

결국 신동주는 종업원·임원 지주회를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8일 제기한 소송 역시 이 같은 지주회 포섭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신동주가 제기한 소송은 3건이다. 한국에선 롯데 계열사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했고, 자신의 해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일본에선 신격호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신동주는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롯데의 내부 경영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8일 기자회견 당시 ‘신동빈의 경영 능력을 평가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영 능력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신동주는 내부 자료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또 자신의 해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신격호 해임 무효 소송에서 해임의 위법성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신동주 측은 감성적인 호소도 병행하고 있다. 신동빈에 대해 ‘아버지와 형을 내친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식의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신동주는 경영권 다툼 초기부터 신격호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신격호 영상을 여러 차례 언론에 등장시킨 것을 비롯해 소송과 관련해 위임장과 위임장 서명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애초에 신격호가 자신에게 광윤사 지분 50%를 준 점을 근거로 자신이 후계자이며 동생 신동빈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회사를 빼앗아갔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통성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어필하는 모양새다. 신 총괄회장은 10월16일 호텔롯데 34층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한국 풍습이나, 일본도 그렇고, 장남이 (경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언급, 신동주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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