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업계 1위 TSMC 위협하나
  • 민보름 기자 (dahl@sisabiz.com)
  • 승인 2015.10.23 14:32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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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품 사업 같이하는 사업구조...수직계열화가 발목 잡을 수도
애플 신제품 아이폰6S 속 A9칩 설명 화면 / 사진=애플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이 분야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애플 등 기존 TSMC 고객의 주문을 뺏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객사가 TSMC에서 삼성전자로 주문을 옮기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TSMC는 2003년 이래 경쟁자 없이 파운드리 사업을 장악해왔다. 현재 이 회사는 파운드리 업계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가 생기면 TSMC에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칩에 대한 집중 투자로 TSMC를 따라잡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특히 미세화 공정에 주목했다. TSMC가 16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하기 몇 달 전 삼성전자는 14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470억 달러를 투자해 2017년까지 최첨단 칩을 양산하는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으로 실제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에 탑재된 AP(모바일용 중앙처리장치) 주문을 삼성전자와 TSMC에 동시에 맡기기도 했다. 이중 70-80% 물량은 삼성이 댄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원래 TSMC의 주요 고객이었다.

워렌 러우 메이벵크 킴 잉글랜드(Maybank Kim Eng.) 애널리스트는 “TSMC의 주요 고객사 상당수가 삼성으로 옮기려하고 있다. 업체들이 가격 선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안을 찾고 싶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로 인해 TSMC는 지난주 연 투자 예산을 80억 달러로 30% 깎았다. TSMC는 올해 4분기 매출이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거라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도전이 녹록치 않으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인은 삼성의 독특한 사업모델에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부품 뿐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을 비롯한 완성품도 생산한다. 즉 부품 사업 고객이 곧 완성품 업계 경쟁자가 되는 ‘프레너미(Frienemy·Friend(친구)와 Enemy(적)이 합성어로 한쪽에선 협력하고 다른 쪽에선 경쟁하는 관계)’ 현상이 발생한다.

CW 정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은 “부품과 세트(완성품)를 모두 만드는 삼성의 독특한 사업 모델은 이해관계 충돌을 유발한다”면서 “주요 고객이 완성품 업체라서 양사(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이 유사할 경우 TSMC를 선호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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