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인수 후보들 ‘눈치 작전’ 치열
  • 황건강 기자 (kkh@sisabiz.com)
  • 승인 2015.10.27 17:06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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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쇼크에 복잡해진 셈법...패키지딜 산은자산운용도 변수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 전경 /사진=뉴스1

대우증권 인수전에 실적 변수가 추가되면서 인수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대우증권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4분기 실적도 불투명한 상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의 3분기 실적 부진이 인수전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장사 인수 시 가격은 일정 기간 평균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정하는데 대우증권 주가는 이날 1만1550원까지 하락했다.

대우증권 주가는 지난 3분기 실적이 시장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6.8% 하락한 8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1.1%나 줄었다. 순이익도 전분기 대비 53.2% 감소한 554억원이다.  

대우증권 주가 전망은 4분기에도 불투명하다. 증권 업계에서는 대우증권의 실적이 올해 3분기 보다는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4분기 우리 증시 일 평균 거래대금이 지난 2분기 10조3000억원 수준에서 3분기 9조5000억원대로 감소했다. 4분기엔 7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증권 업종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분기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중국 주가연계증권(ELS)도 여전히 남아있다. 대우증권의 ELS 잔고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다. 중국 증시가 4분기에 확연히 회복된다면 좋겠지만 부진하다면 또 다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박해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환경이 증권주 상승 모멘텀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우증권 목표 주가를 2만1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낮춰 제시했다.

상장사 인수합병시에는 해당 회사의 시장가격이 거래금액의 기준이 된다. 시가 대비 너무 낮게 팔면 저가 매각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고, 너무 높다면 인수자 측에 부담이 된다.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자 인수합병 업계에서는 가격을 2조2000억원~ 3조원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 매각공고가 나오기 전인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평균 주가는 1만3500원 수준이다. 이 금액으로 계산한 대우증권의 시가총액은 4조4104억원. 매각 대상 물량인 43%의 가치는 1조8964억원이다. 산업은행이 언급한 프리미엄 20~30%의 하단인 20%를 더하면 2조2757억원이 된다.

오늘 종가인 1만1550원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보면 대우증권의 시가총액은 3조7734억원 수준이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프리미엄 20%를 덧붙인 매각가는 1조9807억원이다.

실제 거래 시에는 최근 3개월 주가를 평균 하는 방식으로 변동폭을 줄인다.  때문에 향후 대우증권 주가가 상승한다면 영향이 없겠지만 계속해서 하락한다면 가격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주가가 낮아진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여 받는 전략도 여의치 않다. 또 다른 매물인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면서 내년 다시 매물로 나올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현대증권은 대우증권과 전혀 다른 매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인수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수 후보 중 일부 회사가 현대증권 인수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 실적부진과 현대증권 매각 실패가 인수자 측에게 유리한 변수가 된다면 산은자산운용 패키지딜은 매각자 측에 유리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패키지딜로 함께 묶어서 매물로 나온 산은자산운용은 지난해 증권업계 최대 딜이었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인수합병 업계에서는 당시 우리투자증권과 패키지로 묶인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최종 인수자 선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당시 HN농협지주는 저축은행 업황 부진으로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 우리금융저축은행에도 높은 가치를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자들이 마이너스 가격을 책정했던 것과 반대되는 행보였다. 덕분에 NH농협지주는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다.

대우증권과 패키지로 묶인 산은자산운용은 비상장회사라서 시장 가격이 없다. 따라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포함한 가치평가를 통해 인수가가 정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인수 후보에 따라 기업가치에 대한 시각이 달라 인수 가격 차이가 커질 수도 있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중국증시 급락과 현대증권 매각 실패가 대우증권 인수전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인수 후보들 간에 눈치보기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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