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삼성과 3조원 화학업계 사상 최대 ‘빅딜’ 단행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10.30 09:31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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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석유화학 수직 계열화 완성···종합화학기업으로 발돋움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 사진=롯데그룹

롯데그룹과 삼성그룹이 30일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매각·인수 ‘빅딜’을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인수계약을 30일 오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가격이 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으로 국내 화학업계 최대 거래에 해당하며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사례다.

롯데그룹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31.5%(삼성 BP화학 지분 49% 포함),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신설 법인 지분 90%를 각각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삼성SDI 분할신설 법인 지분 10%는 삼성SDI에 남겨 놓음으로써 양사 간 전략적 관계를 유지할 예정이다. 롯데는 인수하는 회사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은 가전과 전기전자 제품, 자동차 내·외장재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합성수지(ABS) 부분에서 생산능력 기준 국내 2위, 세계 6위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ABS 생산량 54%를 소비하는 중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은 이외에도 고충격, 고강성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PC 부분 국내 1위, 인조대리석 부분 국내 1위 등 해당 사업 영역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국내 여수 공장을 비롯해 중국, 헝가리, 멕시코 등 해외 8곳의 생산과 판매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건축·산업·섬유·의학 부분 등에서 널리 사용하는 염소·셀룰로스 계열 정밀화학 제품군에 기술 경쟁력이 있다. 삼성정밀화학이 49% 지분을 가진 삼성BP화학은 주력 제품인 초산에 있어 압도적인 국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빅딜은 국내 화학업계가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각자 주력 사업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롯데그룹은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수직계열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 또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에 새로 진출함으로써 종합화학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롯데그룹 석유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지난해 연결 매출은 14조9000억원으로 이번에 인수하는 3개사의 매출 4조3000억원을 합치면 화학분야 매출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삼성SDI는 케미칼 사업부문과 정밀화학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한화그룹과의 거래에 이어 이번 빅딜을 성사시킴으로써 석유화학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이번 인수건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제안에 따라 진행됐다. 그동안 식품과 유통에 강점을 보였던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이후 석유화학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음 달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 이사회를 구성하고 내년 2월 신규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며 “이후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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