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기로에 서다]② 업체는 ‘무혐의’, 외면당한 점주들의 고통
  • 김지영 기자 (kjy@sisabiz.com)
  • 승인 2015.11.03 17:10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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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공정거래위원회

편의점 시장은 포화상태지만 가맹본부는 점포수 늘리기에 골몰했고 그 과정에서 점주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관련 법이 점주들을 보호하기엔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익 없어도 점포 늘려...

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는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다. 국내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는 2011년 2300명 수준에서 지난 해 2057명 까지 줄었다. 올해 말이면 점포당 1900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규모가 10조원에 이르는 일본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가 2700명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편의점 점포당 인구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편의점 점포 하나당 매출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편의점 산업의 시장만 커지고 실상은 저매출 부실점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수가 많아야 상품 계약을 더 저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점포수 늘리기에 적극적인데 이 과정에서 저조한 매출, 높은 임대료, 인건비 등으로 이익이 남지 않는 매장에 대한 본사 지원은 전무하다”고 했다. 그는 “이러다보니 점주들만 점점 더 열악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잇따른 점주들의 죽음... 기업은 무혐의?

지난 달 14일 경기도 안산에서 GS25 편의점을 운영하던 4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2012년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아 한 달 수익은 4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본부에 매달 내야하는 로열티도 내지 못하는 때가 많았지만 계약상 5년 간 운영하지 않을 경우 수천만 원의 위약금 때문에 폐점조차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문제는 편의점 점주의 자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3년 3월13일 부산  수영구에서 CU편의점주가 광안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그는 편의점을 운영하며 낮은 수익에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16일 경남 거제시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던 편의점주는 수익이 안나는데도 24시간 운영을 강요받다 자신의 가게에서 번개탄을 피워 사망했다. 5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CU편의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폐점 시 내야하는 수 천만원의 위약금 문제로 본사 직원과 다툰 후였다.

그보다 앞선 2012년 참여연대는 가맹사업 본부와 편의점주 간 불공정 계약 문제를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훼미리마트(현 CU), 세븐일레븐을 신고했다. 편의점 가맹 본부들의 출점 경쟁과 지나치게 많은 위약금 등으로 인한 중소자영업자 편의점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3년만에 ‘혐의 없음’으로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공교롭게도 공정위의 무혐의 처분을 내린지 며칠 만에 또 다시 편의점 경영주의 죽음이 알려져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추가 개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 요구가 나오고 있다.

◇ 규제는 있으나 마나...

관련 법 개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7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정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과 사업자 권익보호를 명시했다.

당시 공정위는 가맹점 사업자의 고충과 애로사항이 상당부분 해소 될 것이라 기대했다.

개정안에서는 계약기간 동안 ‘영업지역내 추가 가맹점 및 직영점 설치를 금지’, ‘24시간 영업 강요 등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행위 금지’, ‘실제 손해보다 과도한 위약금 부과행위 금지’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심야 시간대의 이익이 영업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낮아 영업 손실이 발생해 가맹사업자가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할 때 허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24시간 운영체제를 기본으로 유지하되 심야시간 대 손해를 사업자가 증명해 요구해야만 하는 셈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전국 편의점 이미 포화 상태인데 가맹본부들은 공격적인 출점경쟁으로 애꿎은 중소자영업 편의점주들의 고통이 증가한다”며 “국회와 정치권도 나서서 일부 제도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에 과도한 가맹금 수취와 비용·수익분담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를 비롯해 정부와 국회, 관련 업체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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