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라 말하고 ‘구조조정’으로 남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11.05 13:35
  • 호수 136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합 삼성물산 ‘합병 후유증’…제일모직과 합병 두 달 만에 구조조정 돌입

통합 삼성물산이 ‘합병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7월17일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승인받았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소송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삼성은 70% 가까운 주주들의 지지를 받았고, 9월2일 통합 삼성물산을 공식 출범시켰다. 초대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된 최지훈 사장은 “2020년까지 삼성물산의 매출을 6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았다. “삼성 측의 말처럼 그런 시너지 효과가 나오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건설 부문 사업이 많이 겹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해외 플랜트나 원전 등 특수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이 서로 중복되는 탓에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럴 때마다 삼성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지훈 삼성물산 사장이 7월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 통과를 알리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래미안 매각 위해 H사 등 접촉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지 2개월 정도가 흘렀다. 지금 삼성물산은 옛 제일모직 건설 부문과 레저 부문에서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삼성물산 측은 이번에도 “합병과는 무관한 인력 개선 작업의 일환”이라며 “규모를 정해놓고 실시하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하지만 실제론 일부 신입사원을 제외한 전 직원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과 달리 합병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건설 부문 조직 대부분이 겹치는 데다, 잠재적인 리스크도 커서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건설 부문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합병 직전인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76%나 급감했다. 주택 사업(래미안)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상반기까지 삼성물산이 수주한 건설 사업 중에서 주택 사업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최근 2년간 신규 수주도 2013년 10월 경기 과천 주공 7-2단지 재건축 시공권이 유일했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플랜트 사업에 집중하는 대신 주택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주택 사업을 매각하기 위해 H건설과 B건설을 접촉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는 내부 관계자의 구체적인 증언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대규모 부실이 수면 위로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물산은 2010년 정연주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해외 수주를 강화했다. 2010년 4000명이던 직원은 2014년 8777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저유가 여파로 대규모 프로젝트가 잇달아 취소되면서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말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구라야 현장과 인천 옥련 프로젝트에서 총 2654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악재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잠재적인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결국 미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옛 삼성물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일모직 건설 부문으로 옮겨간 직원이 적지 않다”며 “이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통합되면서 또다시 구조조정 대상이 되게 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 따른 명분도 빚이 바랬다. 삼성물산은 7월 엘리엇과의 표 대결 당시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양사의 합병은 경영권 승계용이 아니라 신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통합한 지 한 달여 만에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통합 삼성물산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10월30일 현재 삼성물산은 주가 15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합병 법인이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돼 주가가 15%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6% 이상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총에서 합병이 최종 승인되기 하루 전인 7월16일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33.63%에 달한다. 합병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 믿고 삼성을 지지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 시사저널 사진자료

삼성물산 “단기간 합병 효과 기대는 무리”

특히 삼성의 ‘백기사’ 역할을 했던 KCC의 손해가 컸다. KCC는 엘리엇과의 표 대결 당시 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평가 손실을 보게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KCC는 4년 전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의 지분 17%를 매입하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냈다. 그동안 상장 및 비상장 기업에 투자해 낸 시세 차익은 10년간 영업이익을 상회한다”며 “재계의 투자 고수로 주목받던 KCC가 이번에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도 10월26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의 합병은 합리적 경영 판단이 아니라 경영권 승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건설·상사 부문의 삼성물산과 패션·레저·급식·건설엔지니어링을 하는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당초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과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지분이 없었어도 합병을 했을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측은 “단기간에 합병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과 삼성물산의 글로벌 인프라를 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현재 회사는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합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사적인 기획 조정 역할을 하게 될 조직을 보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가 역시 상승 기대감에 들어왔다가 실망한 주주들의 매도 때문이라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있다”며 “향후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 조직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