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이름값' 보다 중요한 '생존권'..삼성 구조조정에서 드러난 샐러리맨들의 민낯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1.10 15:15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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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조조정 우려와 계속된 사업 재편에 직원들도 매각 수용
삼성 계열사의 2014년 11일 한화 매각 당시와 달리 지난달 롯데 매각에선 직원들의 반발이 없었다. / 사진=뉴스1

롯데그룹으로 매각된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직원들이 매각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과거 한화에 매각된 삼성 계열사 직원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이 같은 삼성 직원들의 입장 변화는 최근 삼성 직원들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재계에선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롯데의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가 공개되고 삼성정밀화학 노조는 닷새 뒤인 지난 5일 사측과의 공동 성명서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지분인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아울러 고용과 처우에 대한 명확한 보장도 함께 요구했다. 

이에 인수 주체인 롯데케미칼은 8일 감사를 표하며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아울러 처우도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들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직원들의 반발을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탈레스의 한화 매각 발표 직후부터 해당 회사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연이은 반대 성명이 이어졌고 노동조합은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앞에서 항의 집회까지 개최했다. 반발이 수개월 동안 계속됐다. 삼성그룹은 1인당 수천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삼성' 타이틀을 떼어내는 직원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모습이었다.

재계에선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게 된 이유를 두 매각이 이뤄진 시기에서 찾고 있다. 한화로 방산·화학 부문 매각이 발표됐을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야말로 깜짝쇼였다면 롯데와의 딜이 발표된 시기는 삼성 계열사 직원들 모두가 "삼성도 구조조정한다", "삼성이야말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그룹", "우리도 언제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내면화된 이후라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은 방산·화학 부문의 한화 매각을 시작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굵직굵직한 삼성의 사업 재편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롯데그룹의 매각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 방침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삼성 계열사 한 직원은 "삼성전자 이외의 계열사 직원들은 회사가 매각될 수도 있다는 마음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의 경영 방향이 일부분 보이는 상황에서, 매각으로 인한 계열사 내부의 충격파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아울러 최근 일부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로 그룹 내에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계열사에선 확인되지 않은 구체적인 감축 인원 수치까지 직원들 사이에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매각 당시와는 달리 언론보도 등을 통해 꾸준히 '감축'에 대한 얘기가 직원들에게 전달되며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양상이다.

또 다른 계열사 직원은 "예년 같으면 롯데맨이 되는 걸 다들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이젠 롯데의 고용보장이 부럽다는 동료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함께 롯데에 매각된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 직원들은 일부 사업장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삼성·롯데와 협상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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