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GM, 영업사원에게 주말 부당근로 간접 지시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1.10 17:23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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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딜러사-영업사원 간 법적 실마리 찾아야
한국GM은 지난 7월 영업사원들에게 주말 근무시간을 연장하라는 지시사항을 하달했다

한국GM과 쉐보레 영업직원이 직영 대리점 판매체제 전환을 두고 줄다리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GM이 쉐보레 영업직원들에게 주말 부당근로를 지시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GM은 권역별 총판 업무를 담당한 5개 딜러사와 판매대행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쉐보레 영업사원은 자사 직원이 아닌 딜러사와 노사관계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한국GM은 자사 CMS를 통해 영업사원들에게 주말 상담업무 및 마케팅관련 계획을 지속 하달하면서도 수당지급 의무는 딜러사에게 떠넘겨, 법을 고의적으로 악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한국GM, “주말 9시부터 18시까지 고객상담 대기하라”

한국GM 쉐보레 대리점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 7월 영업사원 CMS를 통해 한국GM 마케팅 본부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내용은 ‘핫커스터머’ 근무 시간을 연장하라는 지시였다.

핫커스터머란 한국GM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일종의 고객상담 프로그램으로, 소비자가 질의한 내용을 영업사원들이 빠르게 대답해주는 서비스다.

7월 전까지 핫커스터머 제도는 ‘평일 09시~18시, 주말 14시~18시’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7월 11일자로 ‘평일·주말 09시~18시’로 변경됐다.

핫커스터머 제도가 연장 운영되며 김씨를 비롯한 영업사원들의 주말은 사라졌다. 회사에서 언제 고객 상담 업무를 할당할지 모르기에 항시 대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항의하고 싶었지만 잘릴까봐 그럴 수 없었다”며 “회사에서는 영업사원이 상담업무를 몇 시간 안에 처리하는 지까지 기록한다. 그러다보니 주말 여가는 꿈같은 소리였다. 무한 대기가 기본이었다”고 밝혔다.

한국GM 영업사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상담 확인율이 집계되는 상황에서 주말에 여가활동은 언감생심이었다고 말한다.

취재 결과 실제 한국GM 대리점들은 통합된 프로그램을 통해 영업사원들의 핫커스터머 응답률을 집계하고 있었다. 매달 집계된 수치는 한국GM 본사로 들어갔다는 게 김씨 증언이다.

김씨는 “한국GM이 모든 업무를 지시했고 딜러사는 침묵했다. 일은 한국GM이 시키지만 주말수당이나 기본급은 딜러사에게 요구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핫커스터머 제도는 결국 한국GM을 위한 서비스고 우리는 시키는 대로 일했다. 우리가 정녕 한국GM 사원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 쉐보레 영업사원 노조, “일한 만큼 받게 해달라”

9일 쉐보레 영업사원 노조가 한국GM 본사 앞에서 교섭을 거부하는 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 = 박성의 기자

지난 8월 한국GM이 5개 딜러사(아주모터스·삼화모터스·대한모터스·SS오토·스피드모터스)와 판매대행 계약을 해지하고 각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직영판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침묵하던 영업사원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영업사원 노동조합은 한국GM이 딜러사와 계약을 해지할 시, 3500여명 쉐보레 영업직원의 처우가 더 악화될 거라 주장한다.

김환영 쉐보레 영업사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인천시 부평 소재 한국GM 본사 앞에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수당도 4대 보험도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꾹 참고 일해왔다. 가족이 나를 한국GM에 미친 사람이라 불러도 열심히 차를 팔았다”며 “토사구팽이었다. 이제와서 한국GM은 계약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영업사원 처우를 외면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해 8월22일 출범해 올 6월4일 노동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았다. 3500여명의 판매직원 중 10%인 30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지난달 22일과 이달 2일, 9일 세 차례에 걸쳐 한국GM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한국GM이 영업직을 합법적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며 대화를 거부했다.

김 위원장은 시사저널 경제매체 시사비즈와 인터뷰에서 “한국GM이 서비스 및 판매 부문 고객만족도 1위에 올랐다. 그 영광은 본사가 누렸지만 서비스와 판매를 책임진 건 영업사원들”이라며 “특별한 대우를 바란 적 없다. 단지 일한 만큼 받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도록 본사가 힘을 실어달라는 건데 대화 자체를 거부하니 답답하다”고 밝혔다.

◇ 한국GM, “급이 맞아야 교섭도 해, 실질적 계약관계 없어”

한국GM은 본사와 직접적 계약관계가 없는 영업사원들은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처우가 부당하다면 영업사원 노조가 딜러사와 이야기 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영업직원과 한국GM은 사실상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다. 그렇기에 교섭에 응할 책임도 의무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판례에 따르면 직접적인 노사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업무 지시 여부’, ‘계약 관계’, ‘제3의 업체 개입 여부’ 등 여러 개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즉, 업무 지시만으로 노사관계 성립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정혁준 변호사는 “한국GM이 지시했더라도 딜러사가 그 지시를 강압적으로 받은 게 아니라면 사실상 직접적 노사관계라는 걸 증명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딜러사라는 제3의 주체가 있기에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라고 밝혔다.

9일 김환영 위원장과 영업사원 수명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국GM 본사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정문 수위로부터 진입이 막히자 10여분 뒤 본사 노무부장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왜 대화에 나서지 않느냐.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교섭하자는 게 잘못된 거냐”고 묻자 부장은 “교섭도 급이 맞아야 하는 거다. 우리가 왜 당신들과 교섭해야 하냐. 우린 그런 의무가 없다”고 말한 뒤 다시 본사로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애초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난 몇 달 간 겪어왔던 대우”라며 다시 대리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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