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 총수, '등기임원 회피로 보수 비공개' 꼼수 여전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1.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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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미공개임원 연봉 공개법안 국회 제출...새누리 '미적'
미등기임원으로 보수 공개 대상을 확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 사진=시사비즈DB

일부 대기업 총수들을 중심으로 등기임원 회피를 통한 보수 비공개 관행은 여전했다.

16일 상장 기업들이 일제히 분기보고서를 공시했고 2013년 11월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업들은 5억원이 넘는 등기임원의 보수를 분기보고서에 공개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 총수들이 동기임원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보수 공개를 회피하고 있다. 국회에선 이를 방지할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각 기업 분기보고서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0억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51억5000만원), 구본무 LG 회장(43억9100만원) 등 대기업 총수도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회사에서 받은 보수(2015년 1~9월분)가 고스란히 공개됐다.

그러나 삼성, SK, 한화 등 주요그룹 총수일가 중 다수가 미등기임원으로 연봉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이들이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여전히 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리는 누리되 의무는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삼성그룹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곤 모두 미등기임원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등기임원을 맡고 있지 않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이 경영복귀 후 보수를 일체 받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2013년 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등기임원은 아니다. 이서현 삼성물산 및 제일기획 사장도 마찬가지다. 이부진 사장도 삼성물산에선 등기임원을 맡고 있지 않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출소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그는 수감 중이던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자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일제히 물러났었다. 지난해 4월 공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13년 4개 계열사에서 총 30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2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이 2013년 계열사로부터 받은 보수는 131억2000만원이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개정안 통과 직전인 2013년 3월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났다.

대기업 총수들의 이와 같은 행태가 계속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보수공개 대상을 미등기임원으로 공개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미등기임원 전원 연봉을 공개하는 안과 보수가 많은 상위 5명을 공개하는 안 두 가지가 제출돼 있다.

민병두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 대해 "(보수 공개 대상이 아닌 점을 이용해) 등기임원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갈아타기'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당초 임원 보수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강화해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법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시킬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세 차례 상정돼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면 확대는 시기상조"라며 "해외에서도 미등기임원 보수까지 공개하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미국과 호주는 연봉 상위 임원을 공개하고 있고, 일본은 보수가 1억엔 이상이면 등기 여부와 무관하게 공개한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은 18일 열릴 예정인 법안심사소위에서 재차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새누리당이 찬성하지 않으면 소위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법안이 수개월째 계류 중인 가운데, 정부와 새누리당은 등기임원 보수 공개를 완화하는 데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4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나와 "(등기임원 급여 공시를) 다른 나라는 1년에 한 번 한다. 그걸 매 분기마다 하는 것은 다소 불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매분기 공시는) 그냥 번거롭기만 엄청 번거로울 거 같다"고 동의했다. 새누리당은 김종훈 의원 대표 발의로 지난 12일 등기임원 보수공개를 연 1회 하도록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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