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구글세’ 무엇이 문제인가
  • 유재철 기자 (yjc@sisabiz.com)
  • 승인 2015.11.20 15:02
  • 호수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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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회피 지역에 페이퍼컴퍼니 세워 ‘세금 세탁’ 매년 1000억~2400억 달러 세수 손실...국가 간 공조로 과세해야

여러 나라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이전해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이 나섰다.

G20은 지난 15~16일(현지 시각)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구글 같은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행위에 대응해 국제조세제도를 개혁하는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최종보고서를 승인했다.

BEPS 보고서는 조약남용 방지, 국가별 보고서 교환 등 이행 강제력이 다른 15가지 조치 사항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다국적 기업의 숨겨진 세원을 발굴하고 과세권 강화에 초점을 맞춰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과제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G20 정상들이 국가 간 조세회피, 일명 ‘구글세’ 이슈를 주요 의제로 다룬 이유는 회원국들의 세수 손실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BEPS로 매년 1000억~2400억 달러의 세수 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전세계 법인세수의 4~1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아일랜드→네덜란드→아일랜드 소득이전 세금 ‘0’원

일반인이라면 국가 간 소득이전이라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구글의 실제 사례를 보면 좀 더 수월하게 파악이 가능하다.

미국에 본사를 둔 구글은 아일랜드에 구글아일랜드홀딩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의 소유권을 거기로 이전한다. 구글아일랜드홀딩은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에 100% 지분을 보유한 구글아일랜드와 구글네덜란드홀딩스를 각각 설립한다.

구글아일랜드홀딩은 구글아일랜드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면서 지식재산권을 사용하도록 한다. 지식재산권을 사용한 대가로 고객은 구글아일랜드에 로열티를 지급한다.

지급받은 로열티를 구글아일랜드에 곧장 송금하면 아일랜드 법에 따라 지급액의 20%(아일랜드 법인세 20%)를 원천징수해야하기 때문에 다시 꼼수를 쓴다. 원천징수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네덜란드에 설립한 구글네덜란드홀딩을 이용한다. EU 규약에는 ‘이자 및 사용료 지침(Interest and Royalties Directive)’이 있는데 회원국들 사이에 지급한 료열티에 대해선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구글아일랜드와 구글네덜란드홀딩을 설립한 이유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에서 들어온 로열티는 ‘아일랜드→네덜란드→아일랜드’를 거치면서 원천징수 없이 ‘세금 세탁’이 된다. 로열티가 도착한 최종 회사는 구글아일랜드다.

구글은 다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이 과세되지 않는 버뮤다(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설립하고 구글아일랜드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일랜드 세무당국은 구글아일랜드홀딩에 들어온 로열티에 대해 세금을 물릴 수 없게 된다. 아일랜드 세법상 구글아일랜드홀딩의 과세권자는 버뮤다 세무당국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었지만 국가 간 소득이전을 활용해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게 된 것이다.

◇ 론스타와 효성도 그랬다

구글만의 문제가 아니다. 론스타는 2001년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스타타워를 1000억원에 사들여 3년만에 3510억원에 되팔았다. 국세청은 론스타 측이 거둔 약 2500억원의 양도차익에 대해 1017억원의 양도세를 부과했다. 이에 론스타는 납세의무자가 벨기에에 설립한 법인이며 스타타워 매입은 ‘한·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라 면세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계류 중이다.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효성은 중국에 기계설비를 수출하면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기계설비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적게는 20%에서 최고 180%까지 마진을 붙여 1억 달러에 달하는 부당한 이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전가격 조작 역시 다국적기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BEPS 주요 이슈다. G20과 OECD는 이 경우 법률적 소유권 여부와 상관없이 실질적 기여도에 따라 소득을 분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에 승인된 BEPS 이행사항을 국내외 투자 여건, 다른 국가 도입 현황 등을 분석해 세법 및 조세조약 개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소득세법, 법인세법은 2017년 이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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