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답 찾는다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11.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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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악화에도 고급 강재 투자는 늘려
용광로에서 출선(出銑)하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작업자들. / 사진=포스코

국내 철강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철강재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국내 철강 업계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중국에 기술적 우위를 둔 고부가강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동국제강은 부산 공장에 내년 하반기까지 총 250억원을 투자해 연산 10만톤 규모의 컬러강판 생산 라인을 증설키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컬러강판 생산 능력이 기존 65만톤에서 75만톤으로 확장되는데 이는 단일 공장 세계 최대 규모다.

현실적으로 동국제강은 투자할 여력이 많진 않다. 동국제강은 재무 상태 악화로 올해 4월 사옥 페럼타워를 4300억원에 매각했다. 8월에 가동을 중단한 포항 제2후판 공장은 올해 안에 매각할 계획이다. 업황 악화로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던 브라질 제철소 준공도 미뤘다. 동국제강은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동시에 이자보상배율이 1.00배에 미달하는 부실그룹에 2012년 이후 3년 연속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컬러강판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냉장고 등 가전제품 외장재로 많이 쓰이는 컬러강판은 지난해 적자였던 동국제강이 올해 흑자 기조를 이러나갈 수 있었던 1등 공신 중 하나다. 컬러강판은 착색과 도장 과정이 필요해 기술력에 따라 제품 질이 확연하다.

지난달 7일에는 샌드위치 패널용 컬러강판 시험 성적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개정 법령이 시행 돼 중국산 제품과 경쟁도 피하게 됐다. 동국제강은 기존의 저부가가치 도금강판이나 컬러강판 대체를 통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고부가가치 강재 생산에 방점을 찍었다. 매출 비중이 높은 건설용 봉형강이 중국산 제품과 수요산업 침체로 수익에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현대제철은 냉연 강판 등 자동차용 강판 생산을 늘리고 특수강 공장 생산시설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특수강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수강은 현대제철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우주항공·로봇·특수기계 등 고강도·고내구성을 요하는 핵심부품에 사용된다. 정밀한 가공과 높은 강성이 필요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월 특수강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1차 공정을 담당할 당진 특수강 공장을 짓고 지난달 시운전에 들어갔다. 내년 2월이면 제품을 생산한다. 현대제철은 이 공장에서 연간 봉강 60만톤, 선재 40만톤 총 100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더불어 2018년에는 150만톤으로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2차 공정 사업도 시작해 특수강 제조를 일원화했다. 지난 2월 특수강 선재 2차 가공업체인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을 인수했다. 현대제철은 당진 특수강 공장에서 봉강과 선재를 생산하고 현대종합특수강에서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 부품 소재로 가공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고부가 제품으로인해 실제로 수익구조를 바꿔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포스코는 3분기 업황 악화에도 견조한 성적을 냈다. 매출은 단독 기준으로 6조299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6380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300억원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0.1%를 기록했다.

포스코가 예상 밖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데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칭하는 월드프리미엄(WP·World Premium) 제품이 있었다. 포스코 월드프리미엄 제품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 경쟁력을 높여주고 고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제품들을 말한다. 포스코 월드프리미엄 제품은 전체 제품 생산량 중 39.6%다. 하지만 영업이익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

포스코는 앞으로 더 고부가강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특히 해외 연결 계열사에서 고부가강 생산을 늘린다. 포스코 주요 해외 계열사인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제철소는 3분기 700억원 적자, 중국 장강 스테인레스 일관 제철소는 380억 적자를 냈다. 포스코는 이 적자 폭을 메우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WP강 생산을 증대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이와 더불어 월드프리미엄 생산 비중을 내년 45%, 2017년 50%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일반재 수익성은 30%하락했지만 월드프리미엄 제품 판매로 인해 전체 수익성은 오히려 2014년보다 10% 향상됐다”며 “월드프리미엄 제품 생산 비중을 높여 불황에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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