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표는 미국 워싱턴이다”
  • 김원식│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11.26 21:03
  • 호수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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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찰국가’ 미국 vs ‘세계 국가의 이슬람화’ 외치는 IS 전면전 전망

“나는 그들(IS)이 강해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그들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그렇게 봉쇄해왔다. 그들이 들락거리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체계적인 행진을 볼 수 있을 만큼 그들은 영토를 확보한 것도 아니다.”

지난 이른바 ‘13일의 금요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에 의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연쇄 테러가 일어나 최소 13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참사가 벌어지기 불과 9시간 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물론 오바마가 그동안 미국의 IS 격퇴 전략과 관련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분적인 내용이었지만, 오바마는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파리 테러가 발생해 머쓱한 상황에 빠졌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주자를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은 오바마의 이 발언을 비판을 위한 먹잇감으로 잽싸게 낚아채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오바마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이러한 머쓱함이 아니라 파리 테러로 인해 미국민들이 IS의 미국 본토 테러 공포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목표는 미국의 워싱턴이다.” 프랑스가 테러로 인해 공포의 도가니에 빠지자, IS 대원을 자처하는 무장한 남성들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밝힌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협박이 아니더라도 이미 전문가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파리 테러’ 후 미국의 경계는 강화되고 있다. 11월16일 미국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중무장한 직원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 EPA 연합

미국 향해 다가오는 IS의 짙은 그림자

그만큼 IS의 테러 공포는 다시 미 대륙을 향해 몰려오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오사마 빈 라덴을 정점으로 한 알카에다에 의해 발생한 지난 2001년 9·11 테러의 공포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미국민들이 이번 프랑스 테러 참사에서 느끼는 감정은 ‘몰려오는 공포감’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IS는 미국 본토에서 이러한 동시 다발적 테러를 실행하지 않고 프랑스 파리를 먼저 택한 것일까. 9·11 테러 이후 미국이 국가적으로 테러 방지를 위해 완벽에 가깝게 갖춘 방어망이 한몫했을 것이지만, 그보다 우선 IS가 나름대로 고도의 전략으로 미국을 타깃으로 하기 전에 프랑스를 시범 케이스로 정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IS가 서방 국가들 중에서 미국과 함께 최대 적대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국가가 프랑스다. 그만큼 프랑스는 IS 격퇴를 위한 미군 주도의 연합군 공습에 가장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가다. 또한, 프랑스는 IS를 모욕적인 의미를 뜻하는 ‘다에시(Daesh)’라고 지칭한 첫 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이 IS(Islamic State)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위해 ISIL, ISIS 등으로 부르고 있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방 국가들 가운데서도 IS에 대한 적대감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공습에 가담해온 프랑스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이번 파리 연쇄 테러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더 나아가 IS가 프랑스를 첫 대규모 테러 대상 국가로 선정한 이유는 이슬람 인구 비율이 약 10% 이상을 차지하는 프랑스에서 내부 분란을 일으켜 이슬람교도들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적인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는 서유럽 국가 가운데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만큼 IS에는 유럽에서 새로운 신입 대원을 수혈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적 요소를 가진 곳이다. 실제로 IS에 가입하기 위해 시리아로 건너간 미국인이 수십 명인 데 반해 프랑스에서는 500명 이상의 젊은 청년이 시리아로 넘어간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프랑스 사

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한 이슬람 청년들이 IS의 프랑스 테러로 인해 차별이 더욱 심해진다면, 이들이 결국 더욱더 IS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즉 IS는 이번 프랑스 파리 테러 공격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보복을 이미 다 예상했으며, 자신들에 대한 보복뿐만 아니라 프랑스 내에 있는 이슬람교도에 대한 보복과 차별이 강화된다면 결국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에 최우선 대상으로 프랑스를 정해 대규모 연쇄 테러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IS 입장에서는 미국도 이러한 측면에서는 같은 존재일지 모르나, 선뜻 미국에 대해 대규모 테러를 감행하기에는 IS도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 IS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다.

오바마 “다시 중동의 늪에 발 담글 수 없다”

IS가 이처럼 선뜻 미국 본토에 대한 대규모 테러 공격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미국의 전면적인 지상군 파병을 통한 IS 격퇴 작전에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꼽히는 이번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한 이후에도 “지상군 파병은 답이 아니며 오히려 실수가 될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전 부시 행정부의 기나긴 중동전쟁 과정을 끝내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로서는 다시 중동의 늪에 발을 담글 수 없다는 학습 효과를 떨쳐낼 수 없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해당 영토 전역을 장악하고 정권을 교체했지만, 전쟁 종료와 함께 미군이 철수한 후에는 다시 탈레반이 등장하고 IS의 세력이 확대된 것처럼, 지상군 파병을 통한 해결이 중동 문제의 최종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오바마의 판단이다. 결국 IS 격퇴 전략에서 공군력을 통한 공습 등으로 지원은 하지만 지상군 파병을 통한 전면전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가 이러한 전략을 계속 고수하기에는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미국의 많은 보수층이 ‘중동의 늪’에 대한 학습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상군 파병 없이는 결국 IS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IS가 미국 본토나 혹은 미국 국적의 항공기 등에 대한 테러를 강행한다면, 오바마로서는 더는 버틸 수 없어 전면적인 지상군 파병을 선언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속내는 IS도 마찬가지다. 나름으로 영토를 장악해가며 국가 체제 수립을 주장하고 있는 IS의 입장에서도 미국의 지상군 파병을 통한 전면전은 그들을 다시 게릴라 수준으로 전락시킬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미군과의 전면전으로 IS가 이슬람 내부에서는 더욱 명분을 얻을지는 모르나, 현실적으로 그들은 획득한 영토와 자원을 그대로 다시 내어주고 머나먼 산속에서 다시 고군분투의 세월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미국과 IS 간

의 절묘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균형추가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IS는 자신들이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서방 국가는 물론 러시아로부터도 견제와 함께 공습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IS는 러시아 여객기에 대한 폭발물 테러를 감행하고 더 나아가 프랑스 파리 본토에 대한 테러 공격을 하는 등 서로 간의 갈등의 불씨가 점차 전장의 횃불로 커졌다. 결국 이 과정에서 IS는 러시아와 프랑스가 아니라 최고 강대국이자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과 정면 대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현재까지는 ‘중동의 늪’이라는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름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IS가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감행한다면, 지상군 파병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서는 점증하는 국내 여론에도 밀려 결국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IS와 미국 간의 전면적인 충돌은 어쩌면 곧 폭발할 시한폭탄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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