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슬람교도가 아닌 사회적 외톨이불만 세력이다
  • 이희수 |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 승인 2015.11.26 21:04
  • 호수 136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슬람 세계 내에서도 1% 정도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는 IS의 폭력성

‘이슬람’의 아랍어 의미는 ‘평화’다. 이슬람은 절대자 알라에게 완전한 복종을 통해 내면의 평화와 지상의 평화를 이루겠다는 사상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이슬람국가’를 표방하는 IS나 알카에다의 반인륜적 테러로 인해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IS는 화형이나 참수라는 가장 잔혹한 범죄행위를 저지를 때, 항상 이슬람의 검은 상징 깃발을 내세우고 신의 이름으로 단죄하는 형식을 빌린다. 이슬람과 테러를 직접 연결하는 기가 막힌 궤변의 프로파간다를 구사한다. 그리고 그들은 쿠란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를 들먹인다.

IS, 이슬람 율법의 보복법을 확대 적용해

쿠란은 632년에 완결된 거의 1400년 전의 것이다. 오늘날까지 점 하나, 획 하나 변질되지 않고 그대로 원본이 전해오고 있다. 무슬림들이 쿠란의 권위에 절대성을 주는 이유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7세기적 상황이 21세기에 문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재해석의 과정이 파트와(Fatwa)라고 하는 율법학자들의 유권 해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파트와가 시대와 학파, 개인적 신학 해석 이론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300년간의 오랜 전쟁 시기를 겪은 7세기에 완성된 쿠란에도 전쟁에 관한 구절이 많이 있다.

IS 전사들이 시리아 북부 라카에서 탱크에 올라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 AP 연합

“너희에게 전쟁을 걸어오는 적들에 대항하여 신의 길에서 싸우라. 그러나 경계를 넘어서는 아니 된다. 신은 침략을 인정하지 않으시도다.”(쿠란 2:190)

“신성한 달이 지나가면 다신론자들을 낱낱이 찾아 싸우고 그들을 살해하라. 그리고 위장하고 기다려라”(쿠란 9:5).

“침략자들에 대항하여 맞서 싸우는 것이 너희에게 허락되노니, 모든 잘못은 침략자들에게 있나니라”(쿠란 22:39).

“왜 너희는 압제자들로부터 구해달라고 절규하는 비탄에 빠진 남녀, 어린이들을 위해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가?”(쿠란 4:75).

이교도(異敎徒)에 대항해 싸우라는 쿠란 구절 해석을 두고 이슬람 학자들은 첨예하게 갈린다. 이슬람 전통의 핵심은 분명하게 방어적인 전쟁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이슬람 역사에서 순수한 방어 전쟁보다는 공격적 침략 전쟁이 빈번히 일어났었다.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은 이러한 구절들을 공격적 전쟁을 인정한 구실로 삼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쿠란의 전체적인 맥락으로 볼 때 이슬람에서 정당한 전쟁의 당위성은 두 가지 전제조건을 갖는다.

첫째는 부당함에 저항하는 방식이어야 하고, 둘째는 유일신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전제가 강조되었다. 이런 이론을 확립한 학자가 9세기 무함마드 알샤이바니다. 그는 정당한 전쟁의 선포권은 국가 최고통치자에게만 있으며, 전쟁 선포 자체도 정당한 사유(思惟)와 선(善)의 목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이슬람의 전쟁 담론을 체계화했다. 이는 ‘정당한 명분(jus ad bellum)’과 ‘정당한 수단(jus in bello)’의 충족을 전제로 한 서구의 정당한 전쟁 개념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나아가 정당한 전쟁에서 목숨을 바치는 자만이 순교자로 간주되며, 내세에서의 영생도 보장되었다.

그러나 IS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 세력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부당한 압제를 가하는 서구를 향한 그들의 저항이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바탕을 둔다고 선전한다. 반면 많은 무슬림 학자는 알카에다의 무차별적 민간인 살상과 자살폭탄 테러는 샤리아 해석의 자의적 과장이며, 이슬람적 정통성을 갖지 못한다고 본다. 쿠란에서도 자살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네 스스로를 죽이지 말라”(쿠란 4:29), “네 스스로의 손에 의해 네 자신을 파멸의 길로 던지지 말라”(쿠란 2:195) 등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참수와 화형, 나아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민간인 살상 행위는 이슬람 교리에는 정면으로 배치되지만, 테러분자들은 이슬람 율법의 보복법을 확대 적용한다. 자신들이 당한 것만큼 그대로 돌려준다는 극단적 동형동태법을 들먹인다. 올해 2월 IS가 요르단 조종사 알카사스베를 산 채로 화형할 때, 그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할 때 불에 타 죽은 어린 팔레스타인 소녀에 대한 복수를 내세웠다.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서구에 의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무고한 형제들의 복수를 위해 똑같은 방식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자행한다는 나름의 논리를 내세운다. 급진주의자들을 끌어모으는 프로파간다 방식이다.

누적된 분노·극단적 복수심이 테러 부추겨

무엇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에 의해 주도된 보복적 성격의 대(對)테러 전쟁은 기존의 정당한 전쟁 규범을 허물고,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양산하면서 이에 대항하는 이슬람 무장투쟁 조직들의 가치 개념 변화를 유발했다. 종래 팔레스타인 해방을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비교적 분명한 공격적 목표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지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미국의 공격이 테러와의 전쟁이 아닌 무슬림 전체를 향한 적대적 공격으로 비치면서 이슬람 사회 내에서 전통적인 방어 개념의 정당한 전쟁 수행 자체가 상당 부분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다. 여기서 새로운 지하드 개념으로 자살폭탄 공격 방식이 공공연하게 등장해 일상화됨으로써 1990년대까지 유지되어왔던 방어적 성격의 정당한 전쟁 골격도 상당 부분 흔들리게 되었다. 여기에는 자살폭탄 공격을 지하드로 유권 해석해주는 일부 급진 이슬람 학자들의 역할도 한몫하고 있다.

이슬람 세계 내에서도 1% 정도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는 IS는, 지금 서구는 물론 이슬람권 내부에서조차 심각한 궤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첨단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법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잔혹한 테러 경쟁을 하고 있다. 수백만에 달하는 전쟁 피해자 가족, 1000만이 넘는 전쟁 난민은 물론 유럽의 경제적 소외자들이 쉽게 급진적 테러 조직에 가담하고 있다. 알카에다에 비해 IS 테러분자들의 특징은 종교성이 약하고 사회적 외톨이, 불만 세력이 주축이기 때문에, 그들의 누적된 분노와 극단적 복수심이 또 다른 테러를 부추기고 있다.

결국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종교적 정당성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임으로써 테러행위는 이슬람의 폭력으로 비치고 있다. 이는 정교(政敎) 분리적 전통의 서구 사회와 달리 정교 일치적 체제를 고수했던 이슬람 사회에서 더욱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번 파리 테러 참사를 계기로 632년과 2015년 사이의 공백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슬람법과 전통의 재해석이 현재 이슬람 세계가 당면한 중차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