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보통의 무슬림을 생각해야
  • 김인숙 | 소설가 (.)
  • 승인 2015.12.03 21:26
  • 호수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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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알카에다에 포로로 감금되어 있던 미군이 구출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슬람 과격 단체의 테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현재 시즌5를 방송 중인데, 극 중 여주인공이 시리아 난민 캠프를 방문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화면에 비친 난민 캠프의 벽면 그라피티 중에 ‘홈랜드는 인종차별주의자다’라고 쓰여 있는 아랍어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라피티는 드라마의 배경 세트 제작에 참여한 이집트인들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이 드라마는 해석의 여지가 매우 많은 작품이다. 이슬람 과격 단체의 테러행위에 대한 전 세계적인 공포와 분노는 드라마 안으로 들어와 그에 대항하는 모든 행위를 정당화한다.

지난 11월13일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을 때 필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파리에서 살고 있는 지인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테러가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남의 일일 수만은 없는 것은 그곳에도 역시 한국인이 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테러, 그리고 이슬람 과격 단체와의 전쟁은 현재 지구촌 전체가 공감하는 가장 큰 정치적 이슈 중 하나다. 그리고 또한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존엄성 문제이기도 하다. 파리가 테러단체로부터 공격을 당한 후, 난민들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던 정책은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IS 혹은 ‘다에시’의 파리 테러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바로 그들로부터 목숨을 걸고 도망쳐 나온 난민들이기도 하다.

세 살짜리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인해 유럽으로 유입되고 있는 난민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대되었을 당시, 필자는 그 중심이라고 할 만한 독일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때 유럽의 보통 사람들에게 난민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였다. 삶과 죽음의 문제였고, 도움이 필요한 자와 그것을 베풀 수 있는 자의 문제였다. 그러나 파리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은 보통 사람들에게 공포와 불안이 되었고, 난민들은 또 한 번 갈 길을 잃게 되었다. 테러를 당한 것은 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홈랜드 무대 세트의 그라피티 중에는 ‘홈랜드는 쇼가 아니다’라고 쓰인 문구도 있었던 모양이다. 맞다. 드라마는 쇼가 아니다. 드라마는 보통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가장 일반적인 정서를 극대화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대한 공포를 이슬람교도 전체에 대한 불안으로 극대화한다. 그리고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슬람교도가 낯설다. 히잡을 쓴 여인들을 보는 것도 쉽지 않고, 모스크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이슬람에 대해 가장 많이,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테러 보도일 정도다. 그러나 그래서 더 오해가 쌓이기 쉬운 상황일 수도 있다. 우리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고통받고 피 흘리는 보통의 무슬림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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