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들을 고개 숙이게 하는가 신(臣)과 민(民), 사람의 당당함은 똑바로 바라보는 눈에서 온다
  • 김성회 | CEO리더십연구소장 (.)
  • 승인 2015.12.17 18:50
  • 호수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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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 신(臣)과 백성 민(民)은 유래를 알면 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자다. 사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지, 고대의 갑골문자에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무릎 꿇고 눈을 내리깔아야 하는 절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명줄과 밥줄 때문에 눈치 보는 사람들의 처진 어깨와 내리깐 눈동자, 그리고 그 와중에 같은 처지끼리 서로 감시하고 감시받는 반목과 배신의 드라마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신(臣)은 원래 노예를 뜻했다. 사람이 똑바로 서 있을 때에는 눈 모양이 가로이지만, 고개 숙인 사람의 옆모습을 보면 눈은 세로 형태다. 그래서 눈을 세로로 표현한 것이 신(臣)이다. 차마 주인을 눈 똑바로 마주 볼 수 없어 눈을 내리깐 모습이다. 명줄을 잡고 있는 주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신하 신(臣)은 원래 노예를 뜻했다. 주인에 대한 복종의 의미를 담고 있다. ⓒ JTBC 제공

신(臣) 자가 포함된 글자는 대부분 복종과 관련

신(臣) 자가 포함된 글자는 대부분 복종과 관련돼 있다. 환(宦)은 신하 신(臣)에 집 면(?)이 더해진 것이다. 즉 감옥에서 감시하는 책임자의 한쪽 눈을 뜻한다. 노예가 노예를 감시하는 형국이니 노예의 우두머리라 하겠다. 주인 입장에선 그 또한 노예일 뿐이나 아마도 노예들 사이에서는 위세가 대단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단단할 견(堅)은 ‘신하 신(臣)+오른손 우(又)+흙 토(土)’로 구성됐다. 눈을 내리깐 채 오른손을 땅에 짚고 무엇을 하겠는가. 바로 충성 맹세를 하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굳고 강하다는 의미가 나왔다. 현명할 현(賢)은 굳을 간(?)과 조개 패(貝)의 합체다. 간(?)은 눈을 내리깔고 있는 아랫사람(臣)과 노동력을 상징하는 손(又)이 합쳐져 순종적으로 일 잘하는 하인의 뜻을 가진다. 여기에 재물의 상징인 ‘貝’가 합쳐졌다. 말하자면 주인의 재산을 잘 지켜주는 노동력이 현명함인 것이다.

백성 민(民)은 이보다 더 비참하다. 한쪽 눈을 날카로운 도구로 찌르는 모습을 상형한 것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포로로 이루어진 노예들을 나타낸 글자다. 전쟁 노예가 된 포로들은 승자의 명령에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력은 남겨두고 전투력만 없애기 위해 노예의 한쪽 눈을 상하게 해 거리감각을 잃게 했다. 법 헌(憲)도 알고 보면 같은 뿌리의 글자다. 법 헌(憲)은 ‘해칠 해(害)+눈 목(目)+마음 심(心)’으로 구성됐다. 죄수나 전쟁 포로의 한쪽 눈을 해치는 형벌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간직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사람들 사이에 시비가 붙을 때 흔히 “어디서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느냐”고 한다. ‘눈치만 있어도 어디서고 먹고산다’고도 한다. 신(臣)과 민(民)을 보면 사람의 당당함은 똑바로 바라보는 눈에서 오고, 비굴함 역시 내리까는 눈을 통해 표현된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명줄이 무서워 눈을 똑바로 뜨고 보지 못했다면, 요즘은 밥줄이 무서워서 눈을 내리깐다. 사슴이 목이 길어 슬프다면, 신하는 눈 한 번 똑바로 뜨지 못해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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