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올바른 대응
  •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5.12.17 18:58
  • 호수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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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 인상이 목전에 다가온 듯하다. 미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응은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대응이고 무엇이 잘하는 대응일까.

우선 잘하는 대응부터 살펴보자.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서 주가가 떨어지면 그대로 두고, 외국인이 원화를 외화로 바꾸어서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해도 그대로 두고, 외국인이 외화를 들고 다른 나라도 옮겨가도 그대로 둔다.

다만 정부와 한국은행이 해야 할 일이 딱 한 가지 있기는 하다. 혹시라도 외채를 갚지 못하는 금융기관이 있다면 그때는 이들을 조용히 따로 불러 외화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외화 부도를 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잘못된 대응을 살펴보자. 첫째,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한국은행이 따라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잘못된 대응이다. 이것은 자본의 유출을 막는 효과는 미미하고, 국내 가계부채나 기업부채의 상환 가능성을 악화시켜 대내적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불안정이 예견될 경우 대외적 신인도도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둘째, 기획재정부가 섣불리 원화 환율을 방어하겠다고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는 것도 잘못된 대응이다. 환율 방어는 모처럼 얻은 원화 절하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자본 손실을 감수하면서 떠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노잣돈을 얹어주는 것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많은 언론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처럼 얘기하고, 또 설사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고, 원화 환율이 상승하면 또다시 가격을 안정시키라는 압박을 대서특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압력에 굴하면 안 된다. 가격을 안정시키라는 논리는 대개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 때문에 투자자가 손해 본다는 아우성은 타당하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주식을 보유 중인 투자자는 미국 금리 인상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린 사람들이다.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타당한 반론이 아니다. 그들은 원하면 충분히 환율 변동의 위험을 헤지할 수 있었고 아마도 그런 기업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에 의해 물가가 들썩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이번에는 타당하지 않다. 원유가가 바닥에 있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가 안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물가 상승이다.

우리는 현재 노령화에 따른 온갖 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보다 먼저 이런 일을 겪은 일본의 사례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기를 쓰면서 돈을 풀고 엔화 환율을 절하하려고 하는 이유를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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