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글러부렀어, 문재인으로는 안 돼야”
  • 광주광역시=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
  • 승인 2015.12.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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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에 대한 ‘반감’과 안철수에 대한 ‘관망’이 혼재하는 광주 지역 민심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 기반인 광주 민심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12월23일 광주광역시 최대 번화가인 충장로 상가 모습. © 시사저널 유지만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후 호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호남의 중심인 광주 지역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탈당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미 광주에서만 김동철·임내현 의원이 탈당을 확정했으며, 권은희 의원도 탈당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혜자·장병완 의원은 현재 장고에 들어갔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8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강기정 의원만이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사저널은 요동치는 광주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2015년 12월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광주를 찾았다. 광주시청과 대형 시장, 도심 번화가 등을 다니며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만났다. 직접 마주한 광주의 민심은 생각한 것보다 더 나빴다. 광주 시민들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체제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반감을 넘어선 ‘분노’마저 엿보였다. “이대로 갈 바에는 탈당하는 게 낫다”며 당을 나간 광주 의원들을 옹호하는 분위기도 읽혔다. 일부 시민은 최근 새정치연합에 대한 얘기조차 꺼내기 싫어했다. 정치에 대해서는 신경 쓰기도 싫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렇다고 안철수 신당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안 의원의 최근 행보가 예전 같지 않게 ‘강공 모드’라는 점과 ‘정치 초년생’ 안철수가 보일 가능성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에 가까웠다. 어떤 면에서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반감 때문에 안 의원 측에 마음을 주는 듯했다.

안 의원 외에 새정치연합에서 벗어나 독자 세력 구축에 나선 천정배·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 등 인사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현 시점에서는 서로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합쳐지게 될 것이 빤하다는 반응이었다.

문 대표 체제에 대한 거부감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의미하는 것은 ‘변화’였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친노무현)계가 당권을 쥐고 있는 한 새정치연합에 미래는 없고, 새로운 세력이 나온다 하더라도 ‘변화’를 보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의 민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새롭고 참신한 인물의 등장을 바라고 있다. 과거 노무현과 문재인이라는 양자(養子)를 들여 대권에 올렸던 광주는 또다시 새롭고 능력 있는 ‘얼굴’을 원하고 있다.

광주의 전반적인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광주 시내 대형 재래시장인 양동시장과 대인시장, 매일시장을 찾았다. 시장의 민심은 대동소이했다. 모든 사람에게서 ‘배신감’과 ‘무능’ ‘패권주의’ ‘기득권’ 등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광주 송정역 매일시장 인근에서 만난 김 아무개씨(50)와 신 아무개씨(52)는 ‘광주 의원들 탈당이 왜 이어지는가’란 기자의 질문에 뒷짐부터 졌다. 정치 얘기조차 하기 싫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어렵사리 입을 연 김씨는 “오래전부터 새정치연합 당원이었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정나미가 떨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표가) 대선에 졌을 때 물러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밥그릇’에 연연한 나머지 당권을 쥐고 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김씨는 “한 번 밀어줬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지. 다시 또 밀어달라고 하는 건 무슨 염치인지 모르겠다. (문재인 체제는) 이미 글러먹은 지 오래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5년 11월18일 조선대학교에서 강연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 연합뉴스

새정치연합 당원 출신 “정나미가 떨어질 지경”

김씨의 곁에 있던 신씨는 “배신감이 든다”는 다소 격한 표현을 썼다. 노무현 정권 때부터 열광적으로 지지해준 광주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는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95.2%를, 문재인 후보가 나온 18대 대선에서는 92%의 득표율을 보여줬다. 두 번의 대선 동안 전국에서 가장 많은 표를 몰아준 곳이 광주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에서의 광주는 ‘찬밥 신세’였고, 18대 대선에서는 문 대표가 대권을 얻지도 못하면서 자연스레 광주가 ‘버려졌다’는 인식이 강했다.

“문재인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18대 때는 대통령 선거에까지 도전했다. 하지만 그동안 열광적으로 지지해준 광주에 대한 신경은 전혀 쓰지 않았다. 단지 힘들 때에만 광주의 지지를 호소한다며 시장 한 바퀴 도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 그렇게 밀어줬음에도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다. 광주도 충분히 할 만큼 해준 셈이다. 그런데 그동안 자신의 패배를 반성하기는커녕 여전히 대권 욕심만 부리는 것 같다. 그만큼 밀어줬으면 됐지, 이제 와서 자기를 다시 밀어달라는 건 무슨 염치인지 모르겠다.”

양동시장에서 상회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씨(60)는 “어려울 때만 광주를 찾는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현재 새정치연합의 상황을 야구에 비유했다. 광주 시민의 기아 타이거즈 야구단 사랑은 유명하다. 김씨는 “지금 새정치연합은 감독 교체 시기도 놓친 데다 팀이 무너질 위기”라며 “광주시민에겐 타이거즈에 대한 애정이 있다. 이 팀이 못해서 욕을 한다 하더라도, 팀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광주를 연고로 한 새로운 팀이 생겨나려고 하는 상황에서, 성적이 바닥을 찍은 타이거즈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 꼴이다.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 경질이나 선수단 교체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상황은 몇 년째 최악의 성적을 낸 감독이 자리보전을 하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감독뿐만 아니라 광주 시민이 응원하는 팀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언제까지나 참아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대인시장에서 생선 가게를 운영한 권 아무개씨(55·여)는 “문 대표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서 싫다”고 말했다. 싸움닭 같은 야당을 원했는데, 박근혜 정권 내내 여당에 끌려다니는 모습만 보였다는 얘기다. 권씨는 “질 때 지더라도 한 판 크게 싸워보고 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했는데, 투지도 없고 영리하지도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당내 싸움에서 보이는 욕심만큼만 여당과 싸우는 데 힘썼으면 괜찮았을 텐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문 대표에 대한 거부감은 세대를 불문했다. 광주에서 만난 20~30대 대다수가 정치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지만, 자신의 의견을 낸 이들은 모두 문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전남대 후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대학생 김 아무개씨(26·전남대 사회학과)는 “‘혁신안’이라고 내놓았는데, 지지자 입장에서는 와 닿는 게 별로 없다. ‘20% 물갈이’라는 게 대단한 것인 양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 ‘세대교체’와 별다를 바 없다고 본다. 공천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뭐 대단한 일인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꾸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는 것을 ‘과감한 결단’이라고 표현하는데, 선거에 매번 패배한 대표가 물러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왜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신당 잘할 것” “두고 봐야” 온도차

2015년 12월11일 광주시의회에서 광주와 전·남북 기초의원 일부가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려 하자 새정치연합 당원이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탈당한 안철수 의원에 대한 민심은 어떨까.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탈당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리얼미터가 2015년 12월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안 의원은 16.3%의 지지도를 얻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7.6%)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16.6%)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12월14일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내일 총선 투표를 한다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광주·전라에서 안철수 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0.4%로 새정치연합(27.0%)보다 높게 나타났다. 탈당 후 새롭게 만들어질 정당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만나본 광주 시민들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내비쳤다. 충장로에서 만난 택시 운전기사 양 아무개씨(58)는 “안철수에 대해서는 아직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새로운 당이 생겨나면서 변화가 일어난다면 좋겠다”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씨는 “신당으로 인해 젊고 신선한 인물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잘해서 선거에 나온다면 찍어줄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청 인근 상무지구의 한식당에서 만난 최 아무개씨(40)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반감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안철수 신당’에 대해 기대를 한다는 것은, 거꾸로 얘기하면 문재인 대표를 그만큼 싫어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길을 찾는다면 검증되지 않은 신당보다는 다시 새정치연합을 지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일부는 변화에 대해 기대하면서도, 자칫하면 광주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광주역 인근의 식당에서 만난 회사원 이 아무개씨(43)는 “최근 탈당한 김동철 의원이나 임내현 의원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들은 현 광주의 기득권이나 마찬가지”라며 “기존의 기득권 세력과 합쳐서 의석 수만 확보하는 데 그친다면 광주 시민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시간이 흘러 신당의 모양새가 더 갖춰지면 비로소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에서는 탈당과 창당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탈당한 광주 지역 현역 의원들도 이러한 부분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김동철 의원실의 문영주 비서관은 “광주 시민들의 여러 의견을 파악하고 있다.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안 의원의 판단에 공감하고 있으며, 그런 부분을 어떻게 잘 구현해낼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철 의원의 사무실에는 탈당계가 매일같이 쌓이고 있었다.

하지만 광주에서 현역 의원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실제 2016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을 찍지 않겠다는 호남 유권자 비율이 4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수도권(51%)과 제주(50%)에 이어 높은 수치다. 임내현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염 아무개씨(55)는 “지역에서 임 의원에 대한 인기가 낮다. 일처리 능력이나 열정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아마 다시 나온다면 뽑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손을 잡는다 하더라도 ‘본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탈당을 거부하고 새정치연합에 남기로 한 강기정 의원실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은 ‘변화’와 ‘의석 확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모두 안고 있다. 변화만을 추구하다가는 어떤 지지 세력도 확보하지 못할 수 있고, 의석 확보만을 위해서 움직인다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이다. 이 때문에 탈당보다는 당을 재건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새 인물’이 곧 혁신… 물러날 줄 알아야”

안철수 의원이 2015년 12월17일 광주 동구 광주은행 본점을 방문해 통장을 개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 시민에게 문재인 대표는 ‘구태 정치’의 일부가 돼버렸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변화’였다. 오래된 인물이 아닌, 젊고 참신한 새로운 인물이 정치권에 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했다. 그런 광주 시민에게 문 대표는 물러나야 할 정치인이었지, 앞날이 기대되는 인물은 아니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여론이 읽혔다. 과거 몇 차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신당 창당 과정에서 제대로 한다면 밀어줄 수 있다는 의사로 보였다. 문제는 안 의원이 새롭게 그리는 신당의 모습과 신당에 속할 인물들의 면면이다. 이는 곧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 천정배 의원의 국민모임, 박주선 의원의 신당 모두에 해당하는 얘기다. 인재 영입이 곧 혁신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란 의미다.

새정치연합 광주시당에 오래 근무했던 이 아무개씨는 “광주는 정치 관심도가 높은 지역이라, 선거 때가 된다면 또 누군가를 선택할 것”이라며 “그때 누가 참신한 인물을 내세울 수 있는가가 호남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말이다.

“현재의 새정치연합에 대한 광주 민심은 명확하다. ‘문재인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당권을 놓고 주류계와 함께 2선으로 후퇴할 수 있다면, 광주는 새정치연합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줄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자신의 세력까지 물러서게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안 의원이 과거처럼 실망스러운 모습을 반복한다면 버림받게 될 것이다. 광주에는 ‘유목민적 기질’이 있다. 과거에도 호남 출신이 아닌 노무현과 문재인을 양자로 들여 절대적인 지지를 보인 곳이 광주다.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증명이 필요하다. ‘야당다워야 한다’는 주문이 바로 그런 민심을 반영한 것이다. 맥없이 지리멸렬한다면 광주와 호남의 표심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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