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순환출자, 모비스 지주회사가 대안...자사주 활용 가능성도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5.12.29 15:11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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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급하지 않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7일 신규 순환출자금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이후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사진=뉴스1

공정위원회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주요 그룹들의 순환출자 고리가 주목 받고 있다. 주요 5대 그룹 중 삼성과 함께 순환출자 고리가 경영권 승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현대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고리 4개를 갖고 있다.

이처럼 순환출자 고리 중심에는 모비스가 있다. 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78%를 가진 최대주주다.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3.88%, 현대제철 지분 11.18%, 글로비스 지분 4.88%를 보유 중이다. 기아차는 현대제철 지분 19.57%, 모비스 지분 16.88%를 갖고 있다. 현대제철은 모비스 지분 5.66%를 보유 중이다. 글로비스도 모비스 지분 0.67%를 보유 중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와 모비스 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수를 줄여나가며 그룹 승계 절차를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마련된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향후 순환출자 고리 내 계열사 간 인수·합병을 통한 지배구조강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기되는 안은 계열사가 보유 중인 모비스 지분 인수다. 이 경우 모비스를 최정점으로 한 지주회사체제가 완성된다. 29일 종가 기준으로 모비스 시가총액은 24조원가량이다. 기아차, 현대제철, 글로비스 보유 지분이 23.21%임을 감안하면 인수금액은 5조5580억원 가량 들 것으로 계산된다.

모비스 지분 인수에 대해선 크게 두 방향으로 요약된다. 정몽구 회장 일가가 모비스 지분을 인수할 경우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인 모비스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는 그룹의 경영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현대차 입장에선 정의선 부회장의 안정적 지배구조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재 보유 중인 주식 가치는 3조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비스 지분 전량인수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경우 지주회사 체제 확립과 별개로 경영권 승계 작업은 별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모비스 지분 매입 방식으로는 모비스 스스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안이다. 이 경우 의결권이 제한되는 자사주 덕분에 총수 일가가 실질 지배력은 높아진다. 다만 지배구조가 매우 취약해질 수도 있다. 모비스가 현재 보유중인 자사주는 2.86%다. 총수 일가가 현재 보유한 모비스 주식은 6.96%에 불과하다.

결국 모비스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무관하게 그룹 승계 작업은 별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 후 인적분할, 사업재편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정 부회장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는 안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당장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현대차는 그룹 승계 문제가 급하지 않다"며 "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거래법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할 뿐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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