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CEO들, '3인3색'의 현장 행보..올해 전략 보이네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1.07 16:06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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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2차 전지', SK종합화학 '중국', 한화케미칼 '연구개발' 중점
왼쪽부터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 사진=각사

석유화학업계 리더들이 현장경영을 통해 올해 전략을 내비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가 중국 자급률 상승, 범용 제품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경영자들이 해법을 찾기 위해 저마다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2차 전지와 수처리 사업에 ‘방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6일 이례적으로 충북 오창 2차 전지 공장과 청주 수처리 역삼투압(Reverse Osmosis·RO) 필터 생산 공장을 먼저 방문했다. 박 부회장은 취임 이후 대산 공장, 여수공장 등 석유화학 분야 중심으로 현장 경영을 진행해 왔다. 이는 올해 2차 전지와 수처리 사업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 된다.

특히 LG화학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성장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LG화학은 연구개발(R&D)과 시설확충 등 대규모 투자로 적자를 보면서도 전기차 시장이 커지길 기다려왔다. 지난해 7000억원대 매출을 올렸으나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전기차 배터리 매출 1조2000억원이 예상되는 올해부터는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LG화학은 수처리 필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LG화학은 2014년 4월 미국 나노에이치투오(NanoH2O)를 인수하며 수처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LG화학은 이집트 등 세계 5개국 8개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에 RO필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전세계 수처리 RO필터 글로벌 시장은 2014년 1조2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 2조원 규모로 연간 1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LG화학은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해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이날 현장 방문에서 "2차 전지 사업은 더욱 철저한 미래 준비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모바일 배터리 등 전 분야에서 시장 선도 지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수처리 필터 사업은 조기 경쟁력 강화를 통해 2018년까지 반드시 글로벌 톱(TOP) 수준으로 올라서야 할 것"이라 밝혔다.

◇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중국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 한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은 현장 경영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16일 인사가 단행된 직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 대표가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중국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미다.

SK종합화학은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중국에 전략본부와 글로벌성장추진실을 신설했고 김 사장과 함께 전략본부 내 글로벌성장추진실, 중국사업지원실, 경영기획실 등에 소속된 일부 직원도 상하이로 보냈다.

이러한 SK종합화학 행보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중국 자급률 상승과 중국 내 수요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특히 SK종합화학 매출 70%를 차지하고 있는 에틸렌(ethylene) 등 범용 제품 매출이 중국으로 인해 감소세에 있다.

SK종합화학은 중국 석유화학업체인 시노펙(Sinopec)과 35 대 65 비율로 출자한 중한석화를 통해 중국 중심 전략의 유용함을 경험했다. 중국 내륙에 위치한 중한석화 우한 NCC(Naphtha Cracking Center·납사 분해시설)는 내부에 철도가 있고 옆에는 장강이 흐르고 있어 최적의 물류 환경을 갖췄다. 또 제품을 중국 내에서 판매할 때 시노펙의 브랜드파워와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중한석화에서 생산한 제품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았다. 중화석화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2552억원을 달성했다. 김 사장은 현지에서 중한석화 관리 업무와 함께 현지 석유화학 기업들과 제2, 제3의 협력방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연구개발(R&D)에 ‘집중’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도 독특한 현장 경영을 보일 예정이다. 김 사장은 회사 모든 역량을 연구개발(R&D)에 집중하겠다며 대전에 위치한 카이스트(KAIST)-한화케미칼 미래기술연구소 출근을 추진 중이다. 이 연구소는 지난 11월 한화케미칼이 KAIST와 공동으로 석유화학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했다.

김 사장은 7년만에 진행하는 2025 비전 선포식도 대전 중앙연구소에서 실시했다. 이 역시 회사 모든 역량을 연구개발에 집중시키겠다는 김 사장의 의지가 담겼다. 한화케미칼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2025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김 사장이 이처럼 연구개발을 강조 하는 것은 중국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한화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범용제품 위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범용제품은 전형적인 성숙산업으로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정밀화학 제품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한화케미칼은 카이스트(KAIST)-한화케미칼 미래기술연구소를 통해 차세대 석유화학 물질 원천기술과 제조기술 개발, 혁신적 에너지 저감이 가능한 고순도 정제 공정 개발 등 사업성이 높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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