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억원 챙긴 홈플러스 미끼경품 고객정보 판매...법원 "적법"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1.08 12:31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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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했던 미끼 경품 논란, 결국 직원 경품당첨 조작만 처벌
도성환 전 홈플러스 사장은 미끼 경품과 고객정보 판매 논란으로 지난 2014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 사진=뉴스1

홈플러스 경품 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4년 7월 한 방송사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홈플러스가 경품 행사를 하면서 정작 당첨자들에게 제대로 된 연락을 돌리지 않거나 심지어 경품 자체를 준비해놓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첨자 조작을 통해 직원 지인이 당첨된 사례도 나왔다. 또 "실제는 고객정보를 팔아먹는 행사"라는 내부자 증언까지 보도돼 충격을 줬다.

홈플러스는 보도 직후 경품 행사 담당 직원과 협력사 직원 당첨자 등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한달간 수사 끝에 같은해 8월말 실제 경품 조작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이 추첨 조작을 통해 챙긴 경품은 BMW 302d, 아우디 A4 등 승용차 4대로 시가로는 총 1억5000만원 상당에 달했다. 홈플러스 보험서비스팀 소속 직원 2명은 경품을 되파는 수법으로 약 1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개인정보범죄 합동수사단은 9월 두 차례에 걸쳐 홈플러스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홈플러스가 경품 행사를 빙자해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외부에 돈을 받고 넘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합수단은 경영진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이승한 전 회장과 도성환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홈플러스 노동조합도 회사차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도 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에도 불려나가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합수단은 12월 이 전 회장과 도 사장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합수단은 지난 2월 홈플러스가 고객정보를 보험회사에 팔아 챙긴 금액이 231억원에 달한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예상됐던 1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합수단 발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1년 1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1번의 고객 경품행사에서 미끼성 경품행사를 진행해 고객정보 712만여 건을 확보했다. 홈플러스는 이를 7개 보험사에 1건당 1980원을 받고 팔았다.

경품조작에 가담해 재판에 넘겨진 홈플러스 직원들이 소속된 보험서비스팀이 이 업무를 담당했다. 보험서비스팀이 매주 고객 정보 판매실적을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이와 별도로 고객정보 1694만 건도 보험회사에 넘겼다. 홈플러스 측은 검찰 수사에서 "업계 관행"이라고 항변했다.

합수단은 도 사장과 함께 홈플러스 법인, 전현직 임직원 5명, 보험회사 두 곳의 직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은 도 사장 기소와 관련해 "기업범죄가 개인 일탈행위라면 개인이 책임지는 게 맞고 경영에 따라 그 이익이 회사에 귀속된다면 결제라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에 대해선 혐의 입증 증거가 없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도 사장 등 홈플러스 측은 지난 7월 열린 첫 공판에서 고객정보 제공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검찰은 지난달 1일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도 사장에 대해 징역 2년을, 홈플러스 법인에는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7000만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8일 도 사장과 홈플러스 법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경영진과 전현직 보험서비스팀장 3명, 보험사 직원 2명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부 부장판사는 경품을 미끼로 고객정보를 수집했다는 공소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 허위로 경품행사를 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없다"며 "법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 제3자 유상고지 의무를 다했으며 고객들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사용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일부러 응모권에 글자를 작게(1mm) 한 것이 아니며, 애초에 경품을 지급하지 않을 생각으로 행사를 한 것도 아니다"며 "개인정보를 얼마에 파는지 고객에게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혀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고객정보 유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홈플러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도 사장은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인 지난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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