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열전]⑫ 돈 버는데 탁월한 '사업가' 김정주 NXC대표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6.01.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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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뿐 아니라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합병 나서

1994년 12월 26일 서울 역삼역 4번 출구 앞 한 오피스텔에 컴퓨터와 게임을 좋아하는 두 청년이 사무실을 차렸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웹 에이전시 업무를 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마침내 해당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곳은 훗날 게임회사 중 최초로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넥슨이 된다. 이 두 청년은 김정주 NXC대표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다.

김정주 NXC 대표가 대학원 시절 삼성 학비로 학업을 마친 삼성 장학생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삼성의 돈을 받으며 공부했지만 김정주 회장은 삼성맨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의 회고록 <플레이>는 당시 그가 삼성 7‧4제(7시 출근 4시 퇴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창업을 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가 삼성맨이 되지 않았던 것은 단순히 출근시간 때문만은 아니다. 김정주는 게임업계 공대출신 인물 중 보기 드물게 철저히 사업가 마인드로 무장한 경영인이다. 함께 넥슨을 만든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를 만든 히트메이커 송재경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 했고 김정주는 사업가가 되고 싶었다. 이후 둘은 따로 떨어져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김정주의 사업가 마인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인수합병이다. 넥슨은 수많은 중소 게임사들을 인수하며 성장해왔다. 이런 점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개발보단 인수합병(M&A)에 치중 하는 경영형태가 게임생태계를 망치고 있다”고 그를 비판하기도 한다. 과거 넥슨은 타이완의 1위 게임업체인 감마니아에 대한 인수를 시도했다가 대만 정부로부터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김정주 회장의 행보는 게미머들 사이에서도 필연적으로 불협화음을 낳기도 했다. 넥슨제 게임들은 처음에 무료라 하더라도 다 결국에는 현질(현금 결제하기)를 유도하는쪽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넥슨은 지난해 10월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완전히 정리했다. 불편한 동거를 해왔던 김정주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인수합병에 대한 인식 차이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합병으로 기업을 키우는 철학을 갖고 있는 김정주 대표는 김택진 대표에게 EA사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김택진 대표는 기술 개발을 중요시 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인수합병 행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히려 더 과감하고 다양하지고 있다. 특히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려 본격 투자에 나선서고 있다. 김정주 대표는 요즘 1년 중 절반은 거의 해외에 있다고 한다. 특히 뉴욕에서 스타트업 기업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많다. 그의 투자는 게임 쪽에 국한되지 않는다. 식품, 유모차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데 최근 그는 특히 전기차 부문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식성은 이제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게임 사업가였던 그는 이제 완전한 사업가가 돼가고 있는 중이다.

김정주회장이 스타일이 어떻든 국내 게임업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따라 국내 게임판도가 일희일비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김정주 대표의 행보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게임 생태계를 망친다는 비판을 듣는 반면, 그만큼 수완 좋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인수를 통해 회사를 키운다는 그의 철학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정주 대표의 회고록이라고 알려진 <플레이>에 수록된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김정주 대표의 어록 일부이다. “회사 인수 합병이라는 게 물건 사는 거랑 다르다. 내가 사러 간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사겠다고 안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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