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광고 둘러싼 공방 가열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6.01.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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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공정위 신고·국회 법안 발의...업계는 불가피론 주장
KT가 지난해 8월 27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IPTV 셋톱박스가 탑재된 일체형 PC 올레 tv 올인원을 공개했다. / 사진=뉴스1

그동안 IPTV를 통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한 시청자는 프로그램 시작 전에 VOD광고를 봐야했다. 이 문제가 첨예한 쟁점의 대상이 됐다.

시민단체는 IPTV 3사의 VOD 광고 수익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야당 의원 10명은 규제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는 낮게 책정된 콘텐츠 가격을 메꾸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박 논리를 장착했다.

◇IPTV 광고판매시장 꾸준히 성장...수익구조 공방 치열

IPTV 광고판매시장은 2009년 111억 원 수준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작년 말 900억 원대 수준까지 올라섰다. 확대된 시장규모에 따라 광고수익을 둘러싼 문제제기도 수면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출발선은 참여연대가 끊었다. 참여연대 측은 “월정액 이용료 및 VOD 수입에 더불어 광고 수입까지 벌어들이는 것은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 제4호를 위반한 행위”라며 “IPTV 3사가 이용자들과의 관계에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청자들에게 불이익을 제공한 것”이라 성토했다.

문제제기는 법안발의 형태로 확장됐다. 더불어민주당 정호준 의원은 지난 6일 VOD 광고 규제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야당의 언론통 신경민 의원 등 9명이 함께 서명했다.

법안은 시청자가 결제한 콘텐츠에 한해 VOD 광고를 보지 않고 넘길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고 VOD 광고의 허용범위·시간·횟수 등 관련 기준을 설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의원에 따르면 “그동안 VOD 광고가 현행법상 방송광고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일정한 기준 없이 유료방송사업자의 자율에 맡겨져 있었다”며 “개정안을 통해 소비자의 시청권을 보장함으로써 시청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불가피론을 제기하고 있다.

고흥석 한국IPTV방송협회 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VOD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 그 부족한 부분을 광고에서 일정부분 충당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광고가 붙을 수밖에 없다. 광고 시장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도리어 광고시장을 열어 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심스런 전망이지만 규제를 하게 되면 콘텐츠 가격 역시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심사는 복잡하다.

취재에 응한 상당수 소비자들은 유료 콘텐츠에 붙는 광고를 부정적으로 봤다. 다만 이들 대부분이 법안 통과 후 콘텐츠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 우려했다.

IPTV 애청자 조규혜 씨(여·27세)는 “광고를 안 하면 업체는 돈을 다른데서 얻어야할 테고 결국 콘텐츠비용이 더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유료 결제를 자주 이용한다는 장 모씨(32세·여) 역시 “광고가 매우 불편하긴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업체들이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에 돈을 부과해 결국 시청자 이익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 회기 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아...향후 다시 쟁점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 높아

찬성과 반대 진영 모두 법안 처리 가능성을 낮게 봤다.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형성된 만큼 공청회 등을 거쳐야할 텐데 선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통과 가능성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국회 법안 발의 형태로 제기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참여연대는 이 문제 이전에도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의 영화 시작 전 광고 상영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국회 법안 발의 형태로까지 논의가 확장되지 않았다. 공정위 역시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경우는 다르다. 실제 법안이 제출된 만큼 공정위 입장에서도 유야무야 넘어갈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 하나 관심사가 있다. 법안 발의 시점이 넷플릭스 한국 상륙 시점과 절묘하게 맞물린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무료로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향후 유료로 전환하면 국내 IPTV와의 본격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 때 VOD광고가 가격경쟁에서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서 차기 국회에서 휘발성 강한 이슈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법안 발의를 손쉽게 판단해서는 안 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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