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믿었던 현대차에 발등 찍혀..해법은?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1.27 17:40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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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수요 산업 부진 올해 실적 영향 미칠 듯
현대 제철이 생산하는 냉연강판. / 사진=현대제철

자동차 강판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제철이 현대자동차라는 안정적인 계열사 수요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수요 산업이 침체됐고 자동차 판재 가격마저 하락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떨어졌다.

현대제철은 고부가가치인 자동차 판재 생산에 집중해왔다. 2013년 말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 부문을 합병했고 지난해 2월에는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을 인수했다. 자동차 엔진에 쓰이는 특수강 사업도 강화하기 위해 당진 특수강 공장을 지난해 완공, 올해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현대제철이 이처럼 자동차 소재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연간 800만대를 생산하는 현대·기아 자동차라는 안정적인 수요처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침체로 허덕이는 철강 시장에서 캡티브마켓(Captive market·계열사 간 내부 시장)은 그나마 버틸 힘이 되고 있다. 계열사 수요처가 없어 마케팅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포스코와는 다른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으면 같이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현대자동차 자동차강판 가격 협상 결과, 자동차강판 가격이 톤당 약 8만원 인하됐다. 당초 6만원가량 인하가 예상됐으나 현대자동차 실적 악화와 철광석 등 원료 가격이 하락이 겹치면서 인하폭이 컸다.

현대제철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자동차 강판 가격 인하 등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6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87% 감소한 수치다.

증권업계는 자동차 강판 가격 인하가 지속된다면 현대제철 연간 매출이 약 25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에 내수용 자동차 강판을 연간 340만톤 공급하고 있다. ​현재제철 관계자는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자동차 강판 가격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현대자동차 실적이 나아지지 않는 것도 걱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연간 글로벌 시장에서 496만302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대비 소폭 증가했다. 반면 현대자동차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6조35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넘게 감소했다. 판매량은 올랐지만 실적이 오르지 않은 것은 현대자동차 마진(제품가격과 원재료 가격 차이)이 좋지 못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강판 재료의 가격 하락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자체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경쟁 관계에 있는 완성차 회사들은 현대제철 자동차 강판을 사용할 이유가 많지 않다. 기술력이 타 철강 제조업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나지 않을 뿐더러 자칫 견제를 받을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처 다각화는 현대제철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잘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지난해 7월에 합병한 현대하이스코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하이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미국·중국·인도 등 9개국에 위치한 13개(준공 예정 및 계획 포함) 스틸서비스센터(SSC)의 영업망을 활용해 자동차 강판의 해외 판매를 강화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올해 고객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품질 만족을 위한 기술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고객맞춤 마케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하이스코 합병 시너지 강화와 당진 특수강 공장 신규 가동을 통해 판매량을 2015년 대비 131만톤 증가한 2124만톤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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