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변수 불구 종업원지주회 설득 올인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2.11 14:55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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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의지 전달한 것"...여론전 비판도
9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개한 영상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자신의 후계자가 신 전 부회장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해당 영상이 지난 1월초에 촬영됐다고 밝혔다. / 사진=영상갈무리

신동빈 롯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또 다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 발언 영상을 공개했다. 지배구조 개선, 신격호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재판 등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설득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 측은 11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입장을 싣는 홈페이지(http://savelotte.com/)에 지난 9일 일본 사이트(http://www.l-seijouka.com/)에 올렸던 신 총괄회장 영상을 싣겠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해당 영상에서 일본어로 "장남인 신동주가 후계자이고 일본과 한국 모두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이것이 상식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신용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1월초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촬영됐다.

신 총괄회장의 발언은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를 겨냥한 발언이다. 종업원지주회는 사실상 한국·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27.8%)이다. 1대 주주(28.1%)는 신 전 부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광윤사이다. 신 전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 지지를 얻게 되면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게 돼 그룹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런 이유로 경영권 분쟁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공을 들여왔다.

신 전 부회장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후 따가운 외부 시선을 의식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호텔롯데는 한국거래소 예비심사를 통과해 오는 5월께 상장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통해 최종적으로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 롯데 지분 축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국 롯데 계열사 4개사는 해외 계열사 지분이 50%를 넘겼다. 특히 호텔롯데 지분 99.3%를 일본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통해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사 지분을 대폭 낮춰 경영권 위협 가능성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더욱이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한국과 일본 법원에서 검증에 나선 것도 아버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한국에선 신 총괄회장 여동생 신정숙씨가 신청한 성년후견인 지정 사건이 진행 중이다. 법원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감정 등을 거쳐 오는 6~7월께 판단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에선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무효 소송과 관련해 위임장 효력 여부를 두고 법원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롯데홀딩스 측이 신 총괄회장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위임장 효력 자체가 없다며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해 소송이 지연되고 있다. 재판부가 이의 수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정신상태 판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 측과 신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알츠하이머(치매) 투병 여부를 두고 정반대의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롯데 측은 한국과 일본 법정 등에서 지속적으로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 전 부회장 측은 판단력에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이 다시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나선 것에 대해 "본질을 외면한 여론전"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 전 부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SDJ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여론몰이 목적이 아니다. 일본 종업원들에게 신 총괄회장 의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론몰이를 하고자 했다면 우리나라 말로 제작했을 것이고 직접 언론사에도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년후견인 관련된 검사도 모두 받겠다고 이미 밝혔다. 영상이 신 총괄회장 판단력을 입증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한 상대 측의 여론몰이가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며 "여론에 따라 한 사람의 정신건강을 너무 쉽게 단정 짓는 분위기가 참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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