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파생상품 발행 예정 규모 150조원 추정
  • 황건강 기자 (kkh@sisapress.com)
  • 승인 2016.02.16 17:01
  • 호수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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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리스크 가능성 지켜봐야

파생상품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올해 증권사들이 150조원이 넘는 대규모 파생상품 발생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발행잔액이 1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파생상품 쏠림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시장상황이 급변할 경우 투자자 손실을 넘어 해당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위협할 소지까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15일 연초 공시된 국내 주요증권사의 파생상품 발행 예정금액을 집계한 결과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10개 증권사의 파생상품 발행 예정금액만도 14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증권사들의 물량을 합칠 경우 증권업계가 예상하고 있는 금액은 150조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상품에 만기가 있기 때문에 이 금액이 발행잔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가연계증권이나 파생결합증권에서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규모는 99조61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물량 가운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사용한 ELS 발행잔량은 지난 1월 19일 기준 37조원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홍콩H지수 하락으로 이미 4조원 넘는 물량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대형 금융사 파생결합증권 판매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H지수가 7000선 밑으로 떨어지면 이들 8개사가 판매한 파생결합증권에서만 4조589억원 어치가 손실구간에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홍콩H지수 7000~6000선 수준에서 추가로 손실가능 구간에 들어갈 물량이 5조9756억원이나 됐다.

금융당국은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현재는 증권사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 평균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지난해 9월말 기준 486.7%이다. 중국 증시가 하락세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6월말 기준 467.2%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금액이며 486.7%는 위험액 보다 영업용순자본이 4.86배 많다는 의미다. 경영개선 권고 기준은 150%다.

ELS 상품 특성상 기초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즉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과도한 대응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대부분 ELS 상품은 만기 전까지 특정시점에서 가격과 상관 없이 만기 시 일정가격 범위 내에 있으면 수익을 보장받는 구조다. 따라서 H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해도 만기 시 주가가 회복되면 투자자들은 약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ELS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발행하는 증권사는 옵션을 통해 변동성을 헤지한다. 헤지가 완벽하게 돼 있다면 ELS의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증권사가 손해를 볼 가능성은 없다. 다만 기초자산 가격 변동 시 마다 헤지 비율을 다시 계산해서 선물옵션 등 헤지자산을 사거나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증권사들은 100% 헤지하지는 못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 향후 H지수가 추가적으로 급락하면 헤지 대상인 옵션 수요가 몰려 헤지가 안될 수는 있다"며 "현재로서는 증권사들이 H지수 ELS 변동성을 모두 헤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증권사 파생상품 발행 예정 금액 / 표=시사저널 ·시사비즈 작성

한편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ELS 12조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7조5600억, 파생결합사채(DLB) 1조7800억원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컨소시엄에 인수된 대우증권도 ELS 14조7700억원, ELB 1조5700억원, DLB 9000억원, DLS 2조2200억원을 새로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삼성증권은 DLB 2조원, ELS 13조원, ELB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고 한국투자증권은 ELB 3조5000억원,ELS 9조원, 주식워런트증권 8조원 등으로 집계됐다. 하나대투증권은 ELS 7조원, DLB 3조원 등이다.

증권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증시와 유가 등 기초자산들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이 현재 가격이 바닥으로 보고 상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성을 높인 상품이라 이 시기 파생상품들의 위험구간은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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