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바둑 은퇴하면 주식투자 전문가로 나설 뜻 있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6.03.16 15:05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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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은 고집센 천재...구리 9단과 절친
이세돌 9단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는 알파고와 다섯번째 대국을 마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세돌 9단 첫인상은 수줍음 많은 천재였다. 음성은 갸날프게 떨리나 성조는 차분했다. 문장은 단정적이고 눈빛은 상대방 눈을 쏘듯이 쳐다봤다. 두뇌 회전이나 지력에 대한 자신감은 겸양으로 숨겨지지 않았다.

5년여전 이세돌 9단을 만난 적 있다. 기자는 2010년 10월 서울 성동구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에서 이세돌 9단과 인터뷰했다. 수줍은 많은 천재는 여전했다.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국에서 보인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6년전과 바뀐게 전혀 없었다.

이 9단은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한번 고집 부리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게 주장하고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다. 2010년 당시 한국기원과 중국 리그 대전료 정산과 기보 지적재산권 다툼 등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프로기사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지만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은 유명하다. 다만 그는 성격상 단체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리더십이 있는 유형은 아니라고 자신을 평가한다.

이 9단 취미는 독서다. 다만 독자가 사고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책은 질색한다. 일방적으로 이끌어가고 자기 주장을 강요하는 책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경제 분야 서적도 보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 9단은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다. 제법 많은 돈을 주식에 투자한 적 있다. 그는 프로기사는 수 읽기와 판단력이 빨라 주식 투자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그는 종목 분석이야 부족할지 모르겠으나 주가를 움직이는 모든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중에 프로기사로서 전성기가 끝난다면, 주식 투자 전문가로 나설 뜻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풍은 신출귀몰하고 자유분방하다고 평가 받는다. 정형화하지 않고 창의성이 넘치는 수를 둔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과 싸우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근성이 아주 강하다. 다만 대국 초반 운영이 약점이다. 이 9단은 돌이 어울려 있으면 어떻게 둘지 알겠는데 돌이 없는 대국 초반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 9단의 절친은 중국 프로기사 구리 9단이다. 한때 이 9단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기사가 그였다. 구리 9단은 난타전을 벌이면서도 실리와 세력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기풍을 갖고 있다. 둘은 10번기를 벌일만큼 라이벌이나 대국장 밖에서 만나면 둘도 없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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