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자동차 ‘토종 CEO 4인 시대’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3.16 17:50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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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쌍용 ‘적극’, 한국GM·현대차 ‘과묵’
올해부터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 한국인이 CEO를 맡게 된다. / 사진=각 완성차사

다음달 1일 르노삼성 새 수장에 박동훈 부사장이 취임한다. 한국GM은 올해부터 제임스 김 회장 체제가 들어섰다. 이로써 국내 완성차사 경영진은 현대·기아차 정의선, 한국GM 제임스 김, 쌍용차 최종식, 르노삼성 박동훈이라는 ‘한국인 4인 최고경영자(CEO)’ 구도가 형성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GM과 르노가 세르지오 호샤와 프랑수아 프로보라는 걸출한 외국인 CEO 대신, 한국인 CEO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올해를 내수시장 성장 원년으로 삼겠다는 다짐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정의선 부회장과 최종식 대표 역시 국·내외 판매량 증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올해 CEO 간 리더십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 최종식·박동훈, “내수 3위 탈환하겠다”

지난해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극단의 성과를 거뒀다. 르노삼성은 신차 부재와 수입차의 거센 공세 속에 SM시리즈 판매가 뒷걸음질 쳤다. 반면 쌍용차는 티볼리 돌풍을 일으키며 4분기 적자 늪에서 탈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상황은 다르지만 각사 수장들의 신년 행보는 닮았다. CEO가 언론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자사 연간 판매계획이나 포부를 직접적으로 알리고 있다. 내세우는 목표도 같다. 한국GM을 밀어내고 내수판매 3위에 오르는 것이다.

지난 8일 티볼리 에어 신차발표회에 참석한 최종식 대표는 “지난해 티볼리가 쌍용차 성장을 견인했다면 올해는 티볼리 에어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우선 내수 판매 10만대를 넘기는 게 목표다. 다양한 차종들이 동반성장하면 내수 3위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동훈 부사장(사장 내정자)도 르노삼성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올해 선보인 SM6는 사전계약 1만1000대를 넘어서며 선전하고 있다. 사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출시해, 모델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2월 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부사장은 “르노삼성은 한때 중형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였다"면서 "지난 몇 년 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SM6가 르노삼성에게 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의선·제임스 김, “묵묵히 내 길 간다”

쌍용차와 르노삼성 CEO가 사외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반면, 현대·기아차와 한국GM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언론 접촉은 최대한 피하되, 굵직한 행사 등은 직접 챙기는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해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시작으로,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수장 역할을 도맡고 있다.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시작으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언론과의 대면 접촉은 피하고 있다.

전직 현대차 임원은 “정몽구 회장이 거칠고 강직한 리더십을 보였다면, 정의선 부회장은 다르다. 섬세하고 분석적이다”라며 “신차 공개행사 등에서 직접 발표자로 나서는 등 점차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언론과의 일대일 접촉은 경영 승계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한국GM이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과의 접촉이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달 24일 캐딜락 ATS-V 신차발표회장에 사전 예고 없이 등장했다. 다만 간단한 축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거부하고 황급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 CEO 4인방 외부 커뮤니케이션 늘어날 것

제임스 김 사장은 이달 말 예고된 쉐보레 캡티바 부분 변경 모델 출시행사에 참석, CEO 부임 후 첫 공개질의에 임할 예정이다. 18일에는 박동훈 부사장이 제주도 전기차 엑스포에 참석, 국내 전기차 판매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행사 참석이 예고됐던 정의선 부회장은 불참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자동차 CEO들의 행보가 점차 다양화되고 발언 빈도 역시 잦아질 것이라 관측한다. 상대적으로 모범답변만 공표하던 외국인 CEO와 달리 한국인 경영자 발언 수위가 점차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고, 이런 모습이 CEO 간 대외행보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완성차사 관계자는 “CEO들이 책상에 앉아있던 시기는 이제 지났다. 특히 판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어느 업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CEO가 곧 회사의 간판이 된다는 점에서, 대외 커뮤니케이션도 그만큼 중요해 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각 사마다 CEO들의 경영 스타일이 다르고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다. 다만 최근 전기차, 친환경차가 부상하며 참여해야하는 행사들의 수도 그만큼 늘었다. 경쟁사 CEO가 포부를 노골적으로 밝힐 경우, 어떤 식으로든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각 CEO들이 자사의 비전이나 목표 등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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