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족벌경영]③ 총수 일가 배당 수백억원 챙겨…실적악화는 남의 일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17:13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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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은 쫓겨나는데 오너 일가는 고액배당
그래픽=김재일 기자

두산 이사회는 지난달 4일 912억여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은 그룹 지주회사다. 두산 총수일가는 실적과 상관없이 해마다 수백억원을 배당으로 챙긴다. 계열사가 감원, 사업부 매각 등 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액 배당 행태를 이어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력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은 수년간 세계 경기 침체와 두산밥캣 인수 후유증으로 실적악화를 겪고 있다. 이 탓에 두산그룹도 휘청거렸다. ㈜두산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손실 1조7008억원을 기록했다. 순익이 2012년 2015억원에서 2013년 1301억원, 2014년 332억원으로 급감하다 지난해 적자전환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은 수차례 명예퇴직을 실시해 임직원 수백명을 퇴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두산인프라코어가 20대 직원에게 명예퇴직을 강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는 알짜 사업부 공작기계 부문을 MBK파트너스에 1조1300억원에 매각했다. 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두산밥캣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실적 악화에 아랑곳 하지 않고 ㈜두산은 해마다 배당을 늘리고 있다. 배당금은 2010년 585억원, 2011년 654억원, 2012년 745억원, 2013년 735억원, 2014년 827억원에 이어 지난해 912억원까지 증가했다. 두산 총수일가(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및 관계인)는 ㈜두산 지분 40% 가량을 보유해 총배당금의 40% 가량을 챙긴다.

㈜두산은 이익을 내고 있다(별도 재무회계 기준). ㈜두산이 그룹 지주회사임을 감안하면 이는 무의미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내부거래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두산의 2014년 내부거래 금액은 3755억원이다. 매출(1조9953억원)의 18.8% 규모다. 두산 브랜드 사용료, 전산 서비스, 임직원 교육 등 명목으로 상당액을 계열사로부터 받는다. 그래도 당기순이익은 2010년 1344억원에서 2014년 653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배당은 줄지 않았다. 2014년엔 배당액이 당기순이익보다 많았다.

두산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형제경영으로 유명하다. 그룹 2세인 고 박두병 회장 슬하 형제(3세)가 돌아가며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최근엔 박정원 ㈜두산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4세 경영 시대를 맞이했다. 두산 3세 여섯 형제 중 2남 고 박용오 전 회장과 6남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네 형제와 그 자제들은 두산에 적을 두고 있다.

박용오 전 회장은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게 되자 가족 경영의 뜻을 거슬러 두산건설 독립을 추진하다 형제들에 의해 그룹에서 쫓겨났다. 박용욱 회장은 그룹에서 독립해 이생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총수일가 20명 이상이 ㈜두산 지분 40%를 나눠 갖고 있다. 이들에게 일정액을 지급해야 하므로 그룹 형편과 상관없이 고액 배당을 지속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와 관련해 "임직원은 밥벌이를 잃고 있는 와중에 총수일가는 배당으로 배를 채우고 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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