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라는 기점이 중요하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19:48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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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일본 대지진 피해 연구한 이인자 도호쿠 대학 교수

일본 도호쿠(東北)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인자 교수는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그해 5월부터 지금까지 피해지역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해오고 있다. 그가 연구한 지역은 이시노마키(石卷)시 하구 마을 가호쿠(河北)초.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인해 도시의 약 46%가 침수됐다. 특히 이 마을의 오카와(大川) 초등학교의 경우 재학생 108명 중 68%에 달하는 7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그 참상을 되돌아보면 오는 4월 2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와 닮은 점이 많다. 이인자 교수는 3월11일 KBS1라디오 아침 시사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2년이라는 기점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며 “지금 잘 들여다보고 케어를 할 수 있으면 굉장히 수습도 잘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어떤 위로든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고 또 이용당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5년간 일본 대지진 피해자들과 함께하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참상이 남긴 교훈인 셈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너무 엄청난 일을 겪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말을 하는 사람과 말을 안 하는 사람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2년이라는 기점이 중요한데 이때 역전되거나 바뀌는 것 같다”며 “말이 많던 분들은 몸으로 병을 얻는 경우가 많았고, 말이 없던 분들은 트라우마를 겪는 분이 많았다. 마음을 복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빨리 복구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본은 정부의 대응과 피해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했을까. 이 교수는 “복구가 늦어졌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가 있지만 5년을 들여다본 결과, 빨리 복구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 왜냐하면 보이는 형상만 복구할 수가 있어서다”라고 지적한 후 “사람의 마음이나 또 그 사람이 일상을 찾았는지 안 찾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사람들의 마음이나 생활이 얼마나 복구됐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5년이 지났지만 고통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도 실종된 딸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아버지가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이 교수는 “내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는 결정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겨진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교수는 “주변에서 그들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같은 입장의 사람들도 좋고, 아니면 피해 상황을 정말 공정하게 잘 알고 있으면서 그들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제3자가 있으면 조금은 일상으로 돌아오기가 수월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 간의 결속력과 끈끈한 공동체의식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끈끈하게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은 정보의 전달도 상당히 잘돼 있어 희생자가 아주 적었다. 또 아무리 큰 피해를 입었더라도 아주 튼튼하게 복구를 해나간다”며 “후유증이 적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보듬어 안고 튼튼하게 살아간다는 의지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인자 교수는?

  

1965년생.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졸업. 교토(京都)대학 대학원 석사·박사 과정 졸업(인간·환경학 박사). 재일동포 1세들이 일본에 세운 묘비와 장례의식, 고향과의 교류 등을 연구해 이국에서의 생활과 생각의 실상을 밝혀왔다. 2000년부터 도호쿠(北東)대학 교수로 재직 중. 현재 한·일 양국에서의 다문화 공생 방식을 연구 주제로 한국과 도호쿠 각지에서 필드 워크를 하고 있다. 2011년부터 5년째 3·11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지역 조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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