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스타트업 CEO열전]①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 “여긴 덕후들의 집합소”
  • 윤민화 기자 (minflo@sisapress.com)
  • 승인 2016.04.04 14: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택치료 가능한 정신질환 의료기기 만드는 게 목표"
본지는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와 판교디지털단지 본사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 사진=윤민화 기자

이기원(34) 와이브레인 대표는 자기 회사를 “덕후들 집합소"라고 소개했다.

덕후는 특정 분야를 마니아 이상의 열정으로 즐기는 이들을 일컫는 인터넷 은어다.  이 대표는 “우리 팀원들은 순수한 열정으로 뭉친 덕후들이다. 이들이 있기에 와이브레인이 존재한다”고 했다.

와이브레인은 2013년 2월 설립됐다. 설립 후 4년동안 치매, 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등에 대한 임상 연구에 집중해왔다. 와이브레인은 2013년에 안드로이드 기반 뇌질환 치료용 연구기기, 2014년에는 세계 최초 퇴행성 뇌질환 치료용 웨어러블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우울증 치료용 웨어러블 의료기기는 올해 말 첫 출시를 앞두고 있다.

본지는 지난달 말 이기원 와이브레인 창업주를 판교 와이브레인 사옥에서 만났다.

판교디지털센터에 자리잡은 와이브레인 사무실 분위기는 여느 기업과는 사뭇 달랐다. 회사 내부로 들어가면 이 대표 사무실이 가장 눈에 띈다. 내부는 1~2평 정도로 책상 하나만으로 꽉 찬다. 사무실 안도 유리창으로 훤히 들여다보인다. 대조적으로 넓찍한 회의 공간은 자유로운 미국 실리콘밸리를 연상시켰다.

이 대표는 “신경정신질환 환자들이 집에서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오래 걸리겠지만 기술력만 인정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며 와이브레인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기원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했다. 석·박사 땐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모바일 기기를 더 작고 얇게 만드는 기술을 연구했다. 그는 "과거에는 반도체 칩을 잘 만드는 기술이 주가 됐다. 지금은 더 작고 착용 가능한 기기를 만드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기원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기업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시작한 계기는.

과학자, 공학자들은 뻔하지만 같은 꿈을 꾼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일이다. 대기업에선 내 전문지식을 100% 활용할 수 없었다. 큰 조직이다보니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카이스트에서 신경과학, 진단기술 등을 전공한 동기들을 만나게 됐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작고 혁신적인 의료기기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동 창업자 3명 중 개인 사정으로 지금은 나 혼자 남았다.

신경정신질환 의료기기에 집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아버지 영향이 컸다. 아버지께서 와이브레인 창업 두 달 후 큰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당시 두개골, 어깨, 골반, 무릎 등이 모두 골절되고 뇌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정신질환 증세도 같이 나타났다. 지금은 육체적으로 건강하시지만 뇌 손상 후유증은 남아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 중 비슷한 개인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가족 중 치매, 파킨슨병을 가지거나 자녀 중 발달장애를 겪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심하게 말을 더듬는 사원도 있다.

신경정신질환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사망 원인 1~3위는 암, 신경질환, 뇌혈관질환이다. 그러나 치매, 경도인지장애 치료 비용은 사망 원인 1~3위의 직간접 비용을 합친 것보다 크다. 치매는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리가 필수다. 환자 본인 뿐만이 아니라 가족들도 고통받는다.

우울증도 중요한 질환 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은 자살율 1위 국가다. 한국에선 하루 40명씩 자살한다. 10~30대 사망 원인 1위도 자살이다.

기존 약물치료는 위장 장애, 인지능력저하 등 부작용이 많이 따른다. 또 효능이 나타나기까지 최소 3주이상 걸린다. 부작용, 치료 기간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신 기기를 이용한 치료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와이브레인의 목표는.

궁극적 목표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헬스케어에선 환자가 가장 중요하다. 내 개인적 꿈은 최대한 많은 환자들이 신경정신질환 진단치료 기술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는거다.

와이브레인은 시중에 파는 건전지 전류만으로 쓸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미세한 전류를 이용해 뇌를 활성화시키는 기술이다. 미세한 전류로 뇌 활동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기적으로는 재택 치료도 가능해지도록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환자들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이 필수다. 향후엔 감독관리 기능까지 개발해 환자 스스로 병의 차도를 확인 하도록 하고싶다.

의료업계에선 와이브레인 기기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나.

새로운 의료 기술이다보니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있다. 새로운 의료 기술인만큼 효능과 안전성이 완벽하게 검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효능 검증은 의사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기대가 너무 크기도 하다. 신경정신질환에 새로운 창을 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과대 해석하는 것이다.

자금 확보에 어려움은 없었나.

스타트업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자금 조달이다. 하지만 의료분야에선 의사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의사의 신뢰가 임상 파트너쉽이나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의사와 협업하기 위해선 기술 정보, 연구비 등 많은 것이 필요하다.

와이브레인은 운이 좋았다. 회사 설립 때부터 관련 기술에 대한 학회를 운영해왔다. 학회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의사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와이브레인처럼 다양한 임상을 진행하는 스타트업은 거의 전무하다.

우울증 관련 임상은 보건복지부에서 전액 지원받고있다. 다른 과제들도 다른 정부부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의 진정성이 신뢰로 이어진 것 같다.

본지는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와 판교디지털단지 본사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윤민화 기자

팀원들을 어떻게 이끌고 있나.

대표는 회사를 이끄는 사람이 아니다. 팀원 모두가 와이브레인을 이끌고 있다. 그들의 도움 없인 모든것이 불가능 했을거다. 난 팀원들이 가진 판단력과 능력을 존중한다. 팀원 스스로가 경쟁력을 키워야 회사가 성장한다.  

사원들이 각자 살아온 환경, 배경, 전공 분야는 모두 다르다. 외국인 비율도 높다. 사원 모두가 한 사람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 노력한다.

후회한 적은 없나.

후회한 적은 없다. 당연히 힘든 순간은 많았다. 회사가 크게 무너질 뻔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여건이 되는 한 끝까지 도전할거다. 포기할 거면 이미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작은 인연,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거다. 포럼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건넨 한마디가 투자로 이어졌을 때도 있다. 사소한 경험 하나하나가 우리 회사를 살려냈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한다면.

스타트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타이밍, 동기, 진정성, 팀원들이 중요하다.

적절한 타이밍은 그 누구도 예측 못 한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된다. 금방 이뤄질 것 처럼 보여도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버텨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강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강한 동기는 좋은 시기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동력이다.

타이밍, 동기, 진정성이 합쳐졌을 때 좋은 팀이 만들어진다. 지금만 보지 말고 평생 이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도전해야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