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쏘울’ 전기차 결함 은폐 의혹
  • 정지원 시사비즈 기자 (yuan@sisabiz.com)
  • 승인 2016.04.0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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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차량 수리 맡겨도 고장 원인에 대해선 ‘쉬쉬’수리내역서도 안 줘

강성영씨(36·창원)는 지난해 여름 자신이 운행 중이던 ‘쏘울’ 전기차(EV)가 남해고속도로 4차로 위에서 갑자기 멈춰서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강씨는 배터리를 확인했다. 배터리가 방전된 건 아니었다. 주행거리는 아직 132km나 남아 있었다. 멈춰선 차량 뒤로 다른 차량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특히 트럭이 달려올 때 강씨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 오르막길에 멈춰선 차량을 힘으로 밀어 갓길로 이동했다. 다시 차량에 올라 변속기 레버를 D에 맞추고 액셀러레이터(가속기)를 밟았으나 차량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재시동도 해봤지만 전기차 시스템을 재점검하라는 알림만 나왔다.

기아차 쏘울 전기차(위 사진). 차량 소유주 강성영씨가 고속도로 한복판에 멈춰 선 쏘울 전기차의 차량 계기판을 찍었다. 계기판 왼쪽에는 남은 주행거리 132km가 표시돼 있고 중앙에는 전기차 시스템을 점검하라는 알림이 떠 있다. ⓒ 정지원 제공

강씨는 기아자동차가 쏘울 전기차의 결함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기아차는 고장 차량을 견인해 사흘간 수리했다. 차량은 돌아왔지만 강씨는 아직까지도 고장 원인을 모른다. 기아차가 교체 부품이나 고장 원인에 대해 함구한 탓이다. 강씨는 수리내역서조차 받지 못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고장 원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기아차 정비사업소 직원은 “교체 부품을 알려줘도 일반인은 모른다. 전자 계통 모듈을 교환했다고 알면 된다. 수리했으니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답답한 나머지 강씨가 차량 고장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뜻을 기아차 관계자에게 밝혔다. 기아차는 동영상을 올리지 말라고 부탁했다. 고장 원인을 모르니 강씨는 고장 차량을 다시 타기가 꺼려진다고 한다. 강씨는 “기아차는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장 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무슨 오작동을 일으킬지 몰라 차량 운행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기아차의 레이 전기차 2대를 더 갖고 있다. 한 대는 자신이 출근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한 대는 부인이 타고 다닌다. 그런데 이 차량들도 말썽이다. 주행거리 알림등이 오작동하기 일쑤다. 완전 충전 상태에서도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니 차를 옆에 대고 내리라’는 알림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강씨는 “고장이 잦아 이젠 포기하고 타고 다닌다. 다른 레이 전기차 차주들 상당수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직원 문제없단 말만 되풀이”

차량을 수리하기 위해 기아차 직영 정비소에 가면 어찌 된 일인지 알림등은 정상 작동한다. 강씨는 “알림등 상태가 오락가락하니 정비소에 가도 수리하지 못하고 돌아온다. (기아차가) 수리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 판단한다. 정비직원들은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심지어 고장이 났다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했다. 결국 고장이 났을 때 촬영한 동영상을 직원에게 보여줬다. 그러자 해당 직원은 ‘차가 멈춘 것도 아닌데 이런 걸 문제 삼다니 이해가 안 간다’고 타박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개별 정비소가 고장 원인까지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차량이 고장 날 때마다 기아차 연구소가 대응한다면 연구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아차 쏘울 전기차 값은 4500만원가량이다. 서울·부산·제주·창원 등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다. 보조금은 1600만~19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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