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해외상륙작전]① 포맷이 수출 먹거리다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6.04.1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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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유럽까지 공략할 수출 상품 될 수도
중국판 아빠어디가 포스터 / 사진=MBC 제공

포맷이 국내 콘텐츠업계의 수출 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포맷을 활용해 중국에서 미국, 유럽까지 수출시장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콘텐츠 유통 시장에서도 포맷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대외여건도 좋아지는 추세다. 

포맷의 개념은 넓다. 오경민‧유홍식은 2015년 논문에서 “프로그램 아이디어부터 기획·개발·제작·송출되고 사업계획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이라며 “프로그램의 변하지 않는 콘셉트(concept)”라고 정의했다. 다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포맷은 소재와 기획 아이디어, 연출방법과 제작노하우 등을 일컫는다. 

학계에서는 포맷 수출의 장점으로 문화적 할인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문화적 할인은 인기콘텐츠가 타 국가로 이동하면서 문화적 차이로 인해 호응도를 얻지 못하는 경향을 이르는 말이다.

글로벌 포맷시장 성장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업체는 네덜란드의 엔데몰(Endemol)이다. 포맷제작사로 시작한 엔데몰은 현재 다국적 대형 콘텐츠업체로 성장했다. 특히 ‘빅브라더’ 포맷을 전 세계에 수출해 10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된 ‘마스터 셰프’(Master Chef)도 엔데몰의 알짜 수입원 중 하나다.

국내콘텐츠 업계 입장에서 포맷은 새 수출 먹거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 박사는 “국내방송시장에서 수출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 중 하나가 포맷”이라며 “드라마에서 예능으로 수출 장르를 확장하는 데 포맷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포맷 판권료는 제작비의 6~7%정도를 받는다.

실제 성장세도 가파르다. 특히 2013년에는 직전 해보다 수출액이 139%나 급등하며 수출규모가 300만달러를 넘어섰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추세가 좋다. 

포맷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 콘텐츠 시장 공략을 위한 요긴한 무기다. 특히 예능프로그램 판매에 큰 역할을 하면서 드라마에 치우쳤던 수출 장르를 다양화했다.

MBC ‘아빠어디가’, ‘나는 가수다’, SBS ‘런닝맨’은 중국에 포맷을 판매해서 성공한 사례다. 특히 중국판 ‘아빠 어디가 시즌1’은 방송만으로 12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렸다. 부가판권을 포함하면 20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포맷산업 진흥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포맷은 중국 등에 치우쳐있는 수출 영토를 서구권으로 늘릴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올해 미국 지상파 채널인 NBC는 tvN ‘꽃보다 청춘’ 포맷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tvN은 지난해 ‘더 지니어스’ 포맷을 영국에 판매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미국에서 올 가을 방송될 예정이다. KBS 관계자는 지난해 시즌3까지 방영된 ‘탑밴드’ 포맷도 미국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포맷시장의 지배자가 미국이 아니라 영국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포맷은 전 세계 시장의 45%를 차지한다. 영국 방송사가 포맷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2013년 기준 6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힘입어 글로벌 포맷 시장은 2000년대 이후 연평균 7~8% 성장하면서 새로운 방송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 박사는 “전 세계적인 추세가 포맷 거래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미국도 해외완성프로그램 수입은 적게 하고 포맷을 많이 수입해서 자국에 맞게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아메리칸 아이돌’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미국 방송사에서 영국 포맷을 사와서 각색한 작품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우승자의 음반수익까지 포맷판매자가 나눠가질 수 있도록 계약했다. 포맷거래의 우수 모델로 꼽힌다.

포맷 수출에도 위험요소는 있다. 포맷이 아직 저작권으로 인정받지 않아 수출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KBS 관계자는 저작권으로 주장하며 팔고 있다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안효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텔레비전 포맷이 아이디어 수준일 때는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 아이디어에 있는 지식, 공유자산 등을 누군가가 독점하게 되면 문화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안은 포맷바이블을 더 세심하게 작성하는 것이다. 포맷바이블은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단계와 지식, 경험, 노하우등이 기록돼있는 가이드북이자 제작노트다. 미국에 수출된 한 육아프로그램 포맷의 경우, 출연 아동들이 촬영 후 소아과 진료를 받는 내용까지 포맷바이블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포맷바이블이 법적보호장치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포맷 수출의 효과를 극대화를 위해서 현지 제작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사업부 팀장은 “엔데몰 같은 회사들은 해외에도 자체제작사나 조인트 벤처 제작사를 갖고있다”며 “그렇게 하면 제작비도 회수하고 브랜드 가치도 상승시킬 수 있어서 포맷 효과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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