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법인 조직 변경 “악의성 꼼수” 비판
  • 김지영 기자 (kjy@sisapress.com)
  • 승인 2016.04.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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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가해 책임 회피 목적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기업으로 알려진 옥시가 지난 2011년 주식회사를 유한회사 형태로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옥시가 사건 발생 직후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옥시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11년 12월 12일 주식회사 옥시레킷벤키저를 해산하고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아온 기존 법인을 해산하고 주주와 임원, 상호는 모두 넘겨받은 다른 법인을 만든 셈이다.

2011년도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기다. 2011년 8월31일 환경부는 역학 조사결과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일 것으로 진단했다. 그해 11월11일 옥시를 비롯한 6개사 제품을 강제 회수했다. 이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나머지 제품에 대해서도 자발적 수거 조치를 내렸다.

그해 12월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했다. 의약외품은 안전증빙자료를 제출해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이후 판매 신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유한회사로 변경된 옥시레킷벤키저 법인등기부등본 내용. / 사진=시사비즈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의 조직변경이 법인 차원의 처벌을 피하려 한 것이 아닌지 수사 중이다.

형사소송법 제 328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사망하거나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게 됐을 때 공소기각 결정할 수 있다. 피고 법인인 주식회사 옥시레킷벤키저가 사라지면 책임을 물을 가해 주체가 없어지는 셈이다.

검찰 수사팀은 옥시의 신설법인이 이전법인과 사실상 같은 회사라는 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겠다고 수사방향을 밝혔다.

현재 문제가 된 기업 중 한 곳인 덴마크 기업 세퓨 역시 폐업 상태다.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 결과 가해 기업의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피해보상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옥시의 법인 변경은 기존 판례를 악용한 것”이라며 “유한회사는 주식회사보다 정보 공개가 적고 책임 소재 범위도 좁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옥시의 광고를 보면 제품 광고만 할 뿐 기업 이름은 거의 내지 않는다”며 “소비자에게 옥시라는 기업 이름을 지우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법인 변경은 책임회피의 목적이 아니며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검찰 조사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지난 21일 환경부에 50억원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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