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3~4등급 피해자들의 눈물
  • 김지영 기자 (kjy@sisapress.com)
  • 승인 2016.04.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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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증에도 피해보상·의료지원 못 받아 고통만
신현우 옥시레킷벤키저 전 사장이 검찰에 소환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급 판정에서 3‧4등급을 받은 피해자들이 피해보상‧의료지원 혜택에서 제외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4등급을 받은 피해자들은 “정부는 3~4등급피해자를 피해자이면서 피해자가 아닌 걸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사건을 조사한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손상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2011년 8월 발표했다. 이듬해 2월에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인산염과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의 독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조사는 신고자의 폐 손상과 가습기살균제와의 관계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쓰인 CMIT와 MIT 물질은 폐손상 원인물질에서 제외됐다. 폐 이외에 다른 장기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피해자를 1~4등급으로 나눴다.

정부가 2013년부터 두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집계는 모두 530명. 이 가운데 221명만 1~2등급으로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3등급을 받은 피해자에 대해서만 해마다 모니터링을 하고 있을 뿐이다.

3~4등급 판정을 받은 309명은 사실상 피해자로서 받아야 할 어떠한 보상과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4급 피해자인 이영은 씨는 “정부가 (원인 규명과 피해자 지원 등) 의지가 없다”며 “현재 4등급 받은 피해자들 중에서도 2명이 사망하고 폐섬유화가 진행중인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 대책은 전무하다. 이 씨는 “판정 기준을 질환별로 세분화하고 지역 거점별로 지정병원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3급 피해자들이 모니터링에 참여하기 위해 지역에 사는 사람들까지 사비를 들여와야 하고 4급 피해자들 역시 모든 치료는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의 피해 규모를 축소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심상정 의원은 정부가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이 독성이 있다는 걸 알았고 가습기살균제가 폐 이외의 장기를 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임흥규 환경시민보건센터 팀장은 “국가 지원금은 국가가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을 전제로 지원하기 때문에 정말 명확한 피해자들만 좁게 지원하고 있다”며 "5년만에 수사가 시작됐지만 피해자들은 지금도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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