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앞에서 무기력해진 감사원과 검찰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5.20 10:51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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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고위 관계자 “KAI 감사, 외압 심했다” 언급…검찰 수사도 1년 넘게 지지부진

감사원은 지난해 1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 직원 15명이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에 상주하며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언론에서도 KAI 관련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17억원 상당의 상품권에 의혹이 집중됐다. KAI는 2013년과 2014년에 모두 52억원 어치의 상품권을 사들였다. 종업원 선물 용도였다는 것이 KAI 측의 해명이었다. 하지만 17억원 상당의 상품권에 대한 용처를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는 이 상품권이 정치권이나 군 관련 기관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군 장성들이 개인적으로 상품권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는 군 핵심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감사원은 KAI 내부 관계자의 제보를 통해 문제를 확인하고 상품권의 용처를 추적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하성용 KAI 사장의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경영지원본부장 시절 환율 조작을 통해 외화 수출대금 중 일부를 횡령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수출대금을 환전하면 1달러당 1150원 안팎이었다. 하 사장은 1100원만 장부에 기재하고 나머지 50원은 회사에 등록되지 않은 별도 통장을 통해 빼돌렸다는 것이 의혹의 요지였다.

 

 

2015년 KAI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을 두고 ‘꼬리 자르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KAI의 미국 수출형 훈련기(T-X) 조립 과정.© 연합뉴스

 

KAI 출신 A씨와 감사원 B씨 통화내용 확인

 

시사저널이 입수한 우리은행 1***-2**-9****** 계좌의 조회 문건에서도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됐다. 법인 통장이 아님에도 2007년 12월부터 2008년 9월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10억4500만원이 KAI 명의로 입금됐다 다시 인출됐다. 이후 계좌는 해지됐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연말에 회계감사를 하면 계좌를 조회한다. 연중에 계좌를 해지하면 외부에 자금 거래 내역이 오픈되지 않는다”며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 불법에 사용됐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KAI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가 계산서를 부풀려 547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내부 직원 송 아무개씨가 처남과 공모해 인력공급 업체를 차린 후 60억원을 가로챈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언론에서 제기된 상품권 문제나 환차를 이용한 경영진의 횡령 의혹은 발표 내용에서 제외됐다. KAI 주변에는 ‘꼬리 자르기 감사’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4월, 9박12일 일정으로 남미 4개국 순방을 다녀왔다. 당시 박 대통령은 KAI가 생산한 경공격기 ‘FA-50’을 수출하기 위해 페루와 칠레 등 남미 정상과 협상을 벌였다. KAI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한창일 때였다. KAI 주변에서는 방산 수출을 위해 KAI의 비리 의혹을 축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KAI 고위직 출신 제보자 A씨와 당시 감사를 주도했던 감사원 고위 관계자 B씨가 나눈 전화 통화 녹음파일과 문자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감사 직전인 지난해 1월부터 감사 결과를 발표한 10월 말까지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정리한 것이었다. 1월까지만 해도 감사원 조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감사원이 1차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에 넘기는 식으로 공조 수사도 진행됐다. B씨는 3월 통화에서 “저희(감사원) 건을 검찰에 넘기면, (검찰에서) 관련자 계좌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은밀히 진행하고 있음에도 일부 기자들에게 취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사가 시작되자 KAI에서도 내부 고발자 색출을 위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자충수를 두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에는 감사원이 하성용 KAI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13명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된 인사 모두를 출국 금지시켰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외압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외압이 심하지만 감사 중단은 없다. 페루 수출 등 국익 때문에 감사를 중단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현재 감사위원회 절차를 준비 중이다. 그 외 자료는 모두 합수부에 넘어간 상태다. 합수부에서도 조만간 압수수색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2015년 10월 KAI가 수리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547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발표했다. © 연합뉴스

 

“국익 때문에 감사 중단하면 안 되는 것”

 

6월 들어 감사원과 검찰의 기조가 바뀌기 시작한다. B씨는 “원장님 지시 받아 이르면 다음 주 (감사 결과를)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성과가 있었고, 새로운 사실도 많았다”며 “합수부에서 그것을 받아 2~3일 내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 발표는 계속해서 미뤄졌다. 7월에는 감사원 사무총장이 바뀔 예정이어서 언론 공개가 연기됐다. ‘KAI에서 감사원장을 상대로 로비하려다 혼쭐이 났다’는 내용도 녹음파일에 포함돼 있었다. 결국 감사가 시작된 지 9개월 후인 2015년 10월 1차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하 사장을 포함한 KAI 경영진의 비리 내용은 모두 빠져 있었다. 이에 대해 B씨는 “검찰에 수사 요청한 부정 및 비리 부분은 일부러 (감사원 발표에)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수단 수사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합수단은 6월29일과 7월3일 자체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연기했다. KAI 쪽에서 로비를 많이 했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10월 말에는 합수단과 감사원이 합동회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KAI 비리 의혹 파일은 아무런 진전 없이 지금까지 1년 이상 캐비닛 속에 묵혀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B씨의 녹음파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외압 때문에 조사가 축소되거나 연기된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법조계는 지적한다.

 

기자는 녹음파일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B씨는 아직까지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있다. KAI 측도 “검찰에서 감사원 조사 결과를 이첩받아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성실히 응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KAI는 최근 감사원 조사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KAI “검찰 조사 시작되면 성실히 응할 것”

 

검찰 일각에서는 KAI 파일이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에 이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수단은 올해 초 전국 단위의 대형 비리 수사를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대검 산하 기관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민간기업 비리나 공기업 부정부패, 대형 국책사업 비리를 다룰 예정이다. 그동안 검찰 주변에서는 특수단의 첫 타깃이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올해 처음으로 출범한 만큼 확실한 사건을 다룰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보안이 워낙 치밀해 어떤 사건을 맡게 될지에 대해서는 일절 외부에 정보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KAI의 경우 1년 이상 수사를 진행한 데다, 김기동 검사장이 합수단에 이어 특수단의 단장을 맡은 만큼 첫 번째 타깃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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