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여전히 소프트웨어 후진국”
  • 정윤형 시사비즈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6 14:12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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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업체 대표 3인(강용성·김종현·한정섭)이 지적하는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

 

 “대한민국은 여전히 소프트웨어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 3인은 업계 현실, 정부 지원책, 인력 수준 등 모든 측면에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이 아직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물인터넷·드론·자율주행차 등 성장 산업이 발전하려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필수다. 소프트웨어 기술만 뛰어나면 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도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시대다. 정부도 소프트웨어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비용 대비 성과 측면에서 소프트웨어산업 정책은 낙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기자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를 대표하는 3명의 대표이사를 릴레이 인터뷰해 한국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파악하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인터뷰에 응한 이는 강용성 와이즈넛 대표, 김종현 위세아이텍 대표, 한정섭 KCC정보통신 대표다. 강용성 대표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빅데이터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강 대표가 이끄는 와이즈넛은 지난해 융합소프트웨어 우수 연구개발 업체로 미래부장관상을 받은 유력 업체다. 김종현 대표는 국내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분야를 이끄는 국내 대표주자로 꼽힌다. 한정섭 대표는 대기업 산하 시스템통합 업체를 이끌며 소프트웨어 분야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인재다.
 

(왼쪽부터) 강용성 와이즈넛 대표, 김종현 위세아이텍 대표, 한정섭 KCC정보통신 대표
국내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들 간 경쟁이 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강용성(강)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선 같은 영역에서 사업하는 군소 업체들이 많다. DBMS(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업체만 해도 4~5곳이나 된다. 검색기술 업체도 4~5곳이다. 고객들은 업체들 간 가격경쟁을 부추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수주하기 위해 기술력보다 가격 낮추기로 승부해야 한다. 원가절감에 치중하고 기술력 향상은 뒷전이다 보니 해외로 나가 싸울 힘도 없다. 


한정섭(한) 발주 업체가 가격을 최우선시하다 보니 기술력이 좋아도 가격이 높으면 수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발주자는 100점 만점에 기술 80점, 가격 20점 이런 식으로 비율을 정해 업체를 평가, 수주 기업을 정한다. 하지만 기술점수는 지원 업체들 간 차이를 크게 주지 않아 변별력이 떨어진다. 결국 수주 업체의 결정 요소는 가격이 되고 만다. 소프트웨어만큼은 기술로만 평가해야 한다. 


그렇게 어렵게 수주를 따내도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과업이 바뀌어도 추가 예산을 받지 못해 힘들다고 하던데. 


김종현(김) 과업을 변경하면서도 그 대가를 주지 않는 관행만큼은 개선해야 한다. 발주자는 일을 맡겨놓고 요구사항을 추가하거나 변경한다. 뒤늦게 결과물을 보고 수정을 요구할 때도 있다. 추가나 변동하면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발주자들은 돈을 더 주지 않는다. 과업변경에 대한 대가를 주는 것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인 탓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 발주자에게 또 일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법적 제재나 계도가 필요하다. 


건설업계에선 “유리창 하나 더 내주세요” 부탁하면 창이 추가되는 것이 눈에 보이니 추가 비용을 받기 쉽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과업을 변경해도 변경 내용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발주자가 이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과업변경에 대해 추가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회사의 인력 현황은 어떤가. 


대형 구인구직 사이트에 1주일 180만원을 주고 구인광고를 내도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경력직 뽑기가 특히 어렵다. 신입사원은 상대적으로 뽑기 쉽다. 그러나 신입사원을 뽑아 현장에 투입하기 전까지 드는 교육비용이 너무 부담이 된다. 게다가 발주 업체는 자신이 맡긴 일에 신입사원을 투입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을 뽑아놓고도 막상 일에 투입하지도 못한 채 월급과 교육비를 부담한다. 물론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정부가 공공사업을 실시할 때 신입사원을 일정 비율 투입하는 할당제를 시행했으면 좋겠다. 신입사원이 현장에 투입되면 교육도 받을 수 있고 경력도 생겨 다른 사업에도 또 투입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 상당수가 수익을 내지 못해 개발자의 급여와 복지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또 발주자가 개발자 인건비를 제대로 쳐주지 않아 적은 인원이 얼마 안 되는 돈을 받으며 많은 일을 수행하고 있다. 요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밤을 새우는 업무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처우가 좋지 않다 보니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에도 우수인재가 모이지 않고 있다.


이런 현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나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의 지원에 있어, 모든 소프트웨어 기업에 똑같이 지원하지 말고 기업의 환경과 개발 기술에 따라 차등 지원했으면 좋겠다. 선진국은 한국과 다른 방법으로 소프트웨어 업체를 지원한다. 실제 우리 회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미국 기업은 CIA(미국 중앙정보국)의 지속적인 투자를 받고 있다. CIA는 첩보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에선 정부가 한 기업에 투자해 특정 기술 개발을 요구하고 사업을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 반면 국내는 정부가 특정 기업에 투자하면 특혜를 준다는 논란이 불거져 모든 기업에 무차별하게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특정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를 집중 지원한다면 그 기업은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관련 법을 만들 때 내용이 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19대 국회 때 발의됐던 ‘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법’의 경우, 막상 산업 진흥을 위한 구체적 실행 사항들은 빠져 있었다. 당시 발의됐던 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법에는 ‘진흥해야 한다’ 같은 추상적인 선언 내용만 있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 같은 데이터베이스 활용 측면에 대한 내용은 없어 아쉬웠다. ‘빅데이터 진흥법’ 또한 비식별화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선 의의가 있지만, 이 법안 역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내용이 추가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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