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안면이식 수술 환자 ‘면역거부반응’으로 사망하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9.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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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세계 최초로 안면 이식(facial transplant) 수술을 받은 프랑스 여성 이자벨 디누아르가 수술 11년 만인 2016년 4월에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프랑스 매체 르피가로는 9월6일(현지시간) 디누아르가 4월22일 49세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녀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녀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아미앵 병원은 그녀가 오랜 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말하지 않았다. 다만 언론과 학계에서는 그녀의 죽음 뒤에 안면 이식 수술 이후 이어진 신체 거부반응과 이런 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장기간 복용해 온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인체는 다른 동물 또는 다른 사람의 장기가 몸에 이식되면 이를 침입자로 여기고 공격하는 면역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식수술을 할 경우 그 부위와 상관없이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난다. 면역거부반응에는 이식 이후 즉시 혹은 수일 후 발생하는 급성 면역거부반응과 이식 후 수개월에서 수년 후에 발생하는 만성거부반응이 있다.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의사들은 이식 수술 전장기 기부자와 이식자의 생체적합성을 고려한다. 소위 HLA 매칭이라 불리는 이 생체조직적합항원조사 결과 환자와 가장 유사한 세포를 가진 사람의 장기를 선택해 이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생물학적으로 ‘똑같은’ 사람이 없듯 아무리 생체적합성이 높더라도 환자 자신의 세포와 동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때문에 이식 이후 환자들은 평생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신진대사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런 약물 복용이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면역억제제의 복용은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신체의 전체적인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로 지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감염에도 취약해진다. 면역거부반응도 문제지만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복용하는 면역억제제 역시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디누아르는 이 두 가지 문제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르피가로는 그가 지난해부터 이식 거부반응이 일어나 입술 일부를 이용할 수 없게 됐으며, 수술 후 이식된 부분의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복용한 약 때문에 몸 두 군데서 암이 발병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디누아르가 목숨을 잃은 직접적인 원인은 신체 면역력이 떨어져서 발병한 암으로 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안면이식수술 환자는 평생 동안 면역억제제를 달고 살아야 한다.” 안면이식 전문의인 미국 뉴욕대 랜곤메디컬센터의 로드리고 디아즈-시소 박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면역거부반응의 통제는 안면이식 뿐만 아니라 이식수술에 있어서 오랜 숙제”라고 말했다. 

 

8월24일 영국 의학저널 랜셋은 안면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7명의 생애를 쫓은 프랑스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팀은 2000년에서 2009년 사이 안면이식 수술을 받은 7명의 환자를 추적했다. 7명이란 숫자가 적게 보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안면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이 고작 40명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표본 집단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이 추적한 7명의 이식 환자 가운데 네 명은 스스로 권총을 쏴 얼굴이 심하게 손상된 경우였으며 한 명은 화상, 두 명은 유전적으로 안면에 종양이 있는 경우였다. 

 

연구 결과 7명 중 3명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명은 이식 실패로 생긴 감염으로, 1명은 이식 수술 후 자살로 사망했다. 살아남은 환자들은 수술 이후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고함량의 스테로이드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스테로이드의 흔한 부작용인 당뇨병에 걸린 사람은 없었지만, 생존자 4명 중 3명은 고혈압이 발병했고 대부분 신장 기능이 현격하게 떨어졌다. 연구진 역시 안면이식 수술의 최대 관건을 장기적인 면역거부반응 컨트롤로 꼽으며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프랑스 앙리-몬도르 병원의 안면이식수술 권위자 로랑 랑티어리 박사는 “안면이식 수술은 ‘페이스오프’가 아니다”라며 “환자와 장기 기증자를 선택할 때부터 수술 이후까지 신체적․정신적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면이식 환자들은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에 이식을 택하는 것이다. 삶의 기본적인 수준을 개선시키고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선택하는 것이다”라는 게 랑티어리 박사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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