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인의 글로벌 인맥쌓기] ‘인정을 베푸는 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다’
  • 장상인​ JSI파트너스 대표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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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이모작에 안착한 이토 슌이치씨-③

기온이 뚝 떨어져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는다. 필자와 20여년 우정을 나누고 있는 일본 나고야(名古屋)의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3) 씨가 지난 주 강추위 속에 한국을 찾았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색을 위해서다. 

 

필자는 그와 함께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네거리에 갔다. 이토(伊藤)씨는 2014년 4월의 일을 떠올리면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메시지를 써달라는 여학생에게 ‘鎭魂(진혼)’이라고 썼었죠. 저의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아준 여고생은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말없는 그들의 행동은 침묵의 웅변(雄辯)이었습니다.”

‘침묵의 웅변(雄辯)?’ 의미심장한 말이다.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들을 바라보면서 이토(伊藤)씨가 떠올린 또 하나의 생생한 기억.

 

“그 때 ‘박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강한 글이 있었어요. 세월호 사고가 한국 정부에 주는 타격의 강도(强度)가 느껴졌습니다...아직도 그 연장선상에서 국민들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군요. 일본에서도 연일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3년이 다 돼간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명쾌한 결론은 나오지 않고 두 갈래, 세 갈래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혼재(混在)하고 있다. 

 

그 당시 이토(伊藤)씨는 한 인터넷 매체에 <한국사회...철저한 개조(改造) 있어야 희생자들의 영혼이 구천(九泉)을 떠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장문의 기사를 썼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개조(改造)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그렇다면 희생자들의 영혼은 지금도 구천을 떠돌고 있는 것일까.

 

3년 만에 광화문 네거리에 선 이토 슌이치 씨 ⓒ 장상인 제공

농경민족적 의식에 뿌리를 둔 일본인의 사생관(死生觀)

 

이토(伊藤)씨는 1985년 8월12일 오후 6시56분 하네다발(發) 오사카행(行) 일본항공 123편이 군마(群馬)현의 산중에 추락해 승무원과 승객 등 520여 명이 사망했던 사고를 예(例)로 들었다. 이 사고에서 갈기갈기 찢겨진 시신들의 수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시신의 수색 작업 종료까지 반년이 걸렸고, 보상 교섭은 10년을 훌쩍 넘겼다. 교섭이 난항을 겪은 이유는 일본인의 사생관(死生觀) 때문이었다.   “가족들은 사고 현장에서 죽은 사람의 손가락 한 개, 이(齒) 한 조각이라도 더 찾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일본인들은 ‘사람이 죽은 후에도 산 사람과 같이 취급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농경민족적 의식이 자리한 일본인의 사생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세상이 있으니까, 현세에서 미움을 사는 무모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질서를 잘 지키고 매너가 좋은 것은 ‘죽은 후가 편안하려면 현세에서의 삶의 방식이 똑발라야 한다’는 믿음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즈음 우리의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과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의 소설 <포르투나의 눈동자>도 내세(來世)를 다루고 있다. 포르투나(Fortuna)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운명과 행운의 여신’을 일컫는다. 

 

언론인 이토 슌이치 씨 ⓒ 장상인 제공

평소에 덕(德)을 쌓고 베풀어야

 

명문 와세다(早稲田)대학 졸업 후 신문기자로 사회에 입문한 이토 슌이치(伊藤俊一)씨는 아이치(愛知)TV에서 정년퇴직 후 지금은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언론인이다.

 

“정년퇴직을 하고나니 회사의 간판도, 지위도 없어지더군요.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나? 이 세상에 버려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친분을 쌓았던 사람들의 많은 응원이 있었습니다. 뜻밖에 여러 일감들이 생겨났던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일이다. 이토(伊藤) 씨는 PR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일본은 물론 한국과 동남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정을 베푸는 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일본의 속담이다. 이 속담은 ‘남에게 인정을 베풀면 반드시 내게 돌아온다’는 의미다. 人情換人情(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과도 유사하다.

 

우리의 ‘가는 떡이 커야 오는 떡이 크다’는 속담과, ‘내가 남에게 베풀면 상대방도 나에게 보답한다’는 의미가 일맥상통한다. 평소 남에게 베풀지 않으면서 ‘자기에게 돌아올 이익만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토(伊藤)씨는 “국제적인 관계는 각각의 문화와 습관, 이익 등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친분 쌓기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필자 역시 그의 말에 적극 찬성한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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