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쓸어내린 세계문화유산들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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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네팔 다라하라 탑․이란 고대 요새도시 등

 

400년 가까이 수많은 지진을 견뎌낸 멕시코의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Our Lady of Angels Church)’이 무너져 내렸다. 9월19일(현지시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멕시코시티 북부에 위치한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 상당 부분이 훼손됐다.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의 ‘시그니처’로 유명한 성당 천장을 덮고 있던 돔(큐폴라)은 절반이나 무너졌고, 지붕을 덮고 있던 벽돌은 바닥으로 떨어져 예배당을 덮쳤다. 이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마주할 수 있었던 독일에서 온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강진의 여파로 반으로 갈라졌고 며칠 뒤 이내 무너져 내렸다.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에 대한 멕시코인들의 애정은 상당하다. 이 성당이 그 자리에 있기까지 멕시코의 역사가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번 강진으로 훼손된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의 기원은 433년 전, 한 스페인 선박이 동정녀 마리아의 그림을 싣고 멕시코로 건너오다가 그림이 훼손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복제된 그림이 당시 천사들의 모후 성당 건물 제단에 걸리게 된다. 지금처럼 대성당이 아닌 작은 오두막에 불과하던 당시였다. 

 

이번 강진으로 무너져내린 멕시코 천사들의모후 성당. © 사진=AP연합

 

2000년 역사를 무너뜨린 강진

 

멕시코인들은 지진이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을 쓸고간 뒤에도 성당의 잔해 속에 천막을 펼치고 미사를 봤다. 깨져나간 성인의 조각상들, 뻥 뚫린 천장 돌과 콘크리트가 뒤덮은 잔해. AP통신에 따르면, 미사를 보던 콜린 노게스 신부는 신자들에게 “우리의 신앙은 건물 그 이상입니다”라며 다독여야 했다.

 

하지만 훼손된 건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 뿐만이 아니었다. 멕시코 대교구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멕시코 중심부에 위치한 교회 건물 150채 이상이 손상됐다. 이렇게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인간이 이룩해온 문화유산이 함께 훼손돼왔다. 

 

2015년 4월25일 많은 사상자를 낸 네팔 대지진 역시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함께 수많은 문화유산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 가운데에 수도 카트만두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9층짜리 다라하라(빔센) 탑이 있다. 다라하라 탑은 1832년 네팔의 첫 총리가 세운 것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1934년 대지진으로 한 차례 무너져 재건됐으나 2015년 또다시 지진 앞에완전히 붕괴됐다. 

 

주요 외신은 당시 다라하라 탑 외에도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등 카트만두 계곡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총 7곳 가운데 4곳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절이 모여 있는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3세기에 지어진 파탄 두르바르 광장, 19세기까지 네팔 왕가가 살았던 바산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히말라야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유적 중 하나인 보다나트 스투파 등 4곳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5세기에 지어진 스와얌부나트 사원도 지진으로 파손됐다. 

 

2015년 네팔 대지진에 무너진 세계유산 다라하라 탑. © 사진=AP연합

 

통째로 사라진 고대 요새도시

 

2003년 12월26일, 이란 남동부 도시 밤(Bam)에서 발생한 리히터규모 6.4의 강진 역시 대형참사를 불러일으켰다. 이 도시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를 간직한 2000년 고대 도시로 7∼11세기 동서교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중세 요새도시’란 별명이 붙은 밤의 건축물들은 특유의 진흙을 이용해 세워져 더욱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였다. 

 

도시 전체가 흙으로 지어져 도시 대부분이 파괴됐으며 결국  2004년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위험유산으로 지정됐다. 2013년 세계위험유산에서 제외된 바 있다.

 

강진 이후 10년이 흐른 2013년의 ‘밤’의 모습. 복원에 한창이다. ©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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