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2대 주주 오른 20대 장녀 서민정씨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7 13:15
  • 호수 14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벌家 후계자들 (29) 아모레퍼시픽그룹] 퇴사 후 중국 MBA 장강상학원 유학…“차후 경영전략” 분석

 

1945년 창립 이래 70년 넘게 국내 화장품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시장 매출이 줄어든 데다, 지난 3월부터 중국이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단체관광을 제한하면서 면세점 채널도 유탄을 피하지 못했다. 유커(游客·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급감으로 면세점 매출도 줄어들면서 수익성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2분기 면세점 매출은 14.7% 감소했고, 주가도 여전히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7일 기준 44만1000원이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9월20일 현재 종가 기준 24만1000원으로 1년여 사이 43.08%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30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7.9%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역시 414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8%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다른 해외시장으로 공격 활로를 넓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9월8일 프랑스에서 가장 큰 백화점 체인이자 ‘뷰티의 성지’로 불리는 갤러리라파예트에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단독 매장을 열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988년 화장품 브랜드 ‘순’으로 프랑스 진출을 시도했지만 50억원 넘는 손실을 봤고, 1990년 내놓은 브랜드 리리코스 역시 실패하자 1995년 두 브랜드를 모두 프랑스에서 철수한 전례가 있다. 이번 프랑스 사업 진출은 당시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 기획조정실장으로 프랑스 사업 철수를 직접 책임졌던 서경배 회장의 22년 만의 재도전인 셈이다. 올해 1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진출한다. 색조 화장품 수요가 높은 중동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적합한 ‘에뛰드하우스(에뛰드)’를 중동 시장에 론칭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판매 실적이 2018년은 되어야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하반기 중국 관광객 수가 사드 보복 이전 수준으로 올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아모레퍼시픽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적자 상황은 아니다”며 “30~40% 성장세를 보이던 상황에서 사드 배치 이후 15% 내외로 성장률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는 서경배 회장의 부친인 고(故) 서성환 태평양그룹 회장이다. 1932년 서성환 창업주의 모친인 고(故) 윤독정씨가 부엌에서 동백기름을 짜서 내다 판 것이 기업의 시초가 됐다. 윤씨는 가내수공업 형태로 화장품을 만들어 팔면서 잡화 도매상인 창성상회를 운영했는데, 상류층이 쓰는 머릿기름인 동백기름을 팔아 돈을 벌었다.

 

16세 때부터 집안일을 돕기 시작한 서 창업주는 1943년 개성 김재현백화점에 화장품 코너를 마련하고, 화장품 유통 및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서 창업주는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을 설립했고, 1959년에는 프랑스 화장품 회사인 코티와 제휴해 당시 여성들이 가장 갖고 싶어 했던 파우더 화장품인 코티분을 생산해 판매했다. 1964년 국내 처음으로 ‘아모레 아줌마’로 불리는 방문 판매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이후 한방 화장품 등을 출시하며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1970년부터는 태국·홍콩·일본 시장으로 제품을 수출하면서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장녀 주식 승계 때 증여세 축소 논란 일기도

 

서 창업주는 두 아들 중, 장남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에게는 건설과 증권·보험 등의 사업을, 차남인 서경배 회장에게는 화장품 사업을 물려줬다. 1990년대 초반 당시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은 주력 사업인 화장품 외에 건설·증권·패션·야구단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었다. 1994년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으로 취임한 서경배 회장은 그룹의 다른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화장품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했다. 서 회장은 1997년 서른넷의 나이로 대표이사 겸 사장 자리에 앉아 당시 재계에서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6년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으로 회사를 인적분할했다. 현재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비롯해 국내 12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지분율 35.40%)을 포함해 에뛰드(80.5%), 이니스프리(81.8%), 에스쁘아(80.47%), 퍼시픽글라스(100%), 퍼시픽패키지(100%), 오설록농장(98.38%) 등 나머지 계열사를 모두 자회사로 편입해 지주사 아래 완벽한 수직계열 체제를 갖추고 있다. 서 회장은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53.9%를 갖고 확고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고, 아모레퍼시픽 지분도 10.72%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동생)의 막내딸 신윤경씨와 결혼해 장녀 서민정씨(27)와 차녀 서호정씨(23)를 뒀다. 서 회장의 나이가 아직 50대이기 때문에 후계를 논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재는 장녀 서민정씨가 유일한 후계로 거론되고 있다. 서민정씨는 지금까지 3~4차례 주식 증여를 받으면서 서 회장에 이어 개인 기준으로 그룹 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서민정씨가 가지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은 2.93%, 아모레퍼시픽 지분은 0.01%로 그 비중은 크지 않다.

 

© 시사저널 미술팀

 

장녀 서민정씨, 주력 비상장 계열사 지분도 보유

 

서 회장은 2006년 아모레퍼시픽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우선주(20만1488주)를 서민정씨에게 증여했다. 서민정씨는 2007년 3월 이 가운데 8만8940주(183억원)를 증여세로 냈다. 당시 서민정씨에게 증여된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배당액만 많은 단순한 우선주가 아니라, 아모레퍼시픽의 신형우선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과 신형우선주를 다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더해진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10대였던 서민정씨의 향후 승계 작업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서 회장은 증여 당시 주식 평가액에 교환권과 전환권 가치를 포함하지 않아 증여세를 축소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하기 직전인 2016년 12월 증여받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2대 주주에 올랐고,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장녀 서민정씨가 주력 비상장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에스쁘아 등에 각각 18.18%·19.5%·19.5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 등은 지난해 매출이 대폭 성장한 계열사다. 특히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설화수·라네즈·마몽드와 함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선정한 5대 브랜드에 속한다. 이미 아모레퍼시픽은 중동 시장에 에뛰드를 론칭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데다, 이니스프리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아모레퍼시픽이 그룹 차원에서 해외진출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서민정씨가 지분을 갖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크게 뛰면서 그룹을 승계할 수 있는 물적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경배 회장은 그동안 경영권 승계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 왔다. 서 회장은 지난 2015년 5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아직 학업 중인 학생이고, 나이도 어려 경영활동 참여 등을 논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민정씨가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3세 경영 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서민정씨는 2015년 7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에 입사했고, 올해 1월에는 아모레퍼시픽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서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 오산공장으로 출근해 화장품 생산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 역시 미국 코넬대를 거쳤고, 1980년대 후반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 용인공장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던 터라 ‘닮은 꼴 경영승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서민정씨는 입사 6개월 만인 올해 6월 아모레퍼시픽을 전격 퇴사했다. 서민정씨는 중국 베이징의 유명 MBA(경영학석사) 과정인 장강상학원(CKGSB·長江商學院)에서 9월 학기부터 공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강상학원은 홍콩 청쿵(長江)실업 리카싱 회장이 2002년 설립한 중국 최초 비영리 사립 경영대학원으로 마윈 알리바바 회장, 류촨즈 레노버 명예회장, 궈궝창 푸싱그룹 회장 등 중국의 최대 그룹 CEO(최고경영자)가 다닌 곳으로도 유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중국 시장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을 결정할 ‘큰손’이니만큼, 차후 경영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국가와 학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