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김광석’을 떠나보낼 수 없는 이유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0.02 09:19
  • 호수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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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 의혹 커지는 故 김광석 부녀 둘러싼 쟁점 세 가지

 

가수 아이유가 새 앨범에 수록할 예정이었던 고(故) 김광석씨의 노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의 리메이크 곡을 빼기로 했다. “음악 외적인 감정들로 인해 듣는 이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더 이상 김광석의 음악이 ‘음악으로만 들려질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발단은 영화 《김광석》을 연출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김광석씨와 딸 서연양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였다.

 

이 기자는 9월21일 서울중앙지검에 김광석·김서연 부녀의 타살 의혹 재수사를 요청하는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가 제기한 의혹이 가리키는 곳은 다름 아닌 미망인 서해순씨였다. 서씨는 김광석씨 사망 이후 외동딸 서연양을 데리고 해외에서 주로 생활해오다 2012년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와 서연양은 그간 언론에 별다른 노출이 없었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던 서연양이 2007년 12월 17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도, 세상은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서연양의 죽음이 알려진 것은 2017년 9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이미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의 사망사실이 드러나기까지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어머니 서해순씨가 딸의 죽음을 주변에 일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기자는 “가족들에게조차 딸의 죽음을 숨겨왔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딸이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을 최근까지 해왔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딸의 죽음을 숨긴 이유로 “경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서연양의 부검소견서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연양의 저작권 관련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에게까지 그 죽음을 알리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의혹은 외려 커지고 있다. 김씨 부녀 사망 의혹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3가지다.

 

2016년 4월1일 종로구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김광석을 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 왼쪽 화면에 김광석씨와 딸 서연양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의혹1​​ ​ 딸 서연양 병 방치했나, 안했나

 

발달장애를 앓고 있던 서연양에 대한 사전치료나 발병 예방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게 첫 번째다.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서연양의 사망원인은 급성폐렴이다. 서씨는 “딸이 감기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약도 사 먹이고, 쓰러졌을 당시 응급처치를 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상호 기자는 급성폐렴으로 숨진 서연양이 병원에 도착 전에 이미 사망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9월27일 경찰에 출석한 김광석씨의 친형 김광복씨는 제수인 서씨를 유기치사와 사기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그는 서씨가 서연양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씨는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 사망 이후 시댁 식구들이 서연이를 전혀 찾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서연이의 소식은 궁금했지만 서해순이 너무 보기 싫어 멀리했을 뿐 서연이가 보기 싫었던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의혹2 ​ 딸 서연양 죽음을 왜 숨겼나

 

서해순씨가 딸 서연양의 죽음을 10년이나 숨겨온 이유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연양의 죽음을 폭로한 이상호 기자는 “서연양이 정신병원에 감금이 된 줄 알았지, 죽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서씨는 그간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딸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

 

김광석씨 유족 측은 현재 “서씨가 저작인접권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사망 사실을 일부러 숨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석씨의 어머니와 형 등 유족 측과 서씨는 과거 김광석씨의 저작인접권을 두고 소송을 벌였다. 대법원은 2008년 서연양이 권리를 갖는다고 최종 판결했다. 그런데 판결을 앞두고 서연양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게 이번에 밝혀졌다. 법원 판결이 나던 시점에 서연양은 이미 사망했고, 이를 서씨가 상대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유족 측은 서연양이 소송의 중요 당사자이기 때문에 서씨가 사망 사실을 숨긴 게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고 주장한다.

 

서씨가 당시 소송을 진행해오던 담당 변호사에게까지 딸의 사망 사실을 숨긴 것이 최근 드러나며 논란은 가중됐다. 현재 서씨는 김광석씨의 곡 630건에 대한 저작인접권을 승계 받은 상태다. 김광석씨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그날들》《디셈버》 등이 흥행하면서 서씨가 거둬들인 저작권료는 연간 억 단위다. 디스패치가 확인한 서씨의 저작권 수입은 2014년에만 1억6000만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약2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서씨는 “(변호사에게도 사망 사실을 알려야한다는) 그런 관행을 몰랐다”며 “사망 사실은 때가 되면 알리려 했지만 경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9월28일 고(故) 김광석씨 사망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의혹3​  ▶​ 故 김광석씨의 죽음 자살인가, 타살인가

 

서연양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광석씨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역시 대두됐다. 이상호 기자는 그간 영화를 통해 서씨에 의한 김광석씨 타살 의혹을 강하게 제기해왔다. 이 기자는 의혹의 근거로 서씨의 내연관계, 해외법인 설립 등을 내놨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씨의 사망 원인에 의문을 품게 한 것은 사망한 김광석씨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자 유일한 목격자인 서씨 자신의 발언이었다. 서씨는 과거 김씨의 죽음에 대해 설명을 바꿨다. 사망 직후만 해도 서씨는 “김씨가 술 먹고 장난하다 실수로 그렇게 됐다”는 식으로 언론과 경찰에 밝혔으나, 이후 “김씨가 자살했다”고 말을 바꿨다. 9월25일 언론인터뷰에서 서씨는 “당시 29세로 어려서 지금처럼 차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정신없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와중에 기자들이 물어보니 그런 식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망 당시 현장 모습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씨는 “사체 발견 당시 목에 줄이 세 번 정도 감겨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시신의 목에 남아 있는 줄에 눌린 자국은 한 줄 뿐이었다. 평소 메모광으로 알려진 김씨였으나 유서 한 장 발견되지 않았단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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