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행군(行軍)’편에는 ‘이적자(易敵者) 필금어인(必擒於人)’이라는 어구가 나온다. 적을 얕잡아보면 반드시 포로가 된다는 말이다. 전쟁이나 기업경영에서 연전연승을 하거나 흑자행진이 지속될 때가 가장 위험하다. 병사나 임직원의 자신감이 교만으로 변해, ‘방심’이 깃들고 이 상태에서 상황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큰 위기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파죽지세의 승리를 거두었던 ‘6일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1967년 10월21일 이스라엘 해군은 구축함 ‘아일라트(Eilat)’를 이집트 최대 군항인 포트사이드(Port Said) 앞으로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아일라트는 원래 ‘젤러스(HMS Zealous)’란 이름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영국 함정으로 1955년 이스라엘에 매각돼 새 이름을 부여받고 취역했다. 이 신생국가의 해군에서는 가장 크고 최첨단 전투함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 구축함은 빈번히 이집트 영해를 침범해 왔다. 그러나 이집트 해군은 큰 굴욕을 느끼면서도 패배의 후유증으로 움츠러들어 감히 이 적함을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에 함장 이하 수병들은 한껏 더 ‘기고만장’해져 점점 더 이집트 영해 깊숙이 들어와 이날은 이 항구의 코앞까지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집트 해군은 최신식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투함이 7척이나 있었다. 이스라엘 해군도 이집트 해군이 새 미사일 전투함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 배들도 당시 항구에 꽁꽁 묶여 있던 터라 이를 무시했다. 너무 큰 승리감에 취해 ‘방심’하고 적을 얕본 것이다. 어느 순간 이 구축함으로 항구에서 미사일 한 발이 날아와 전면 갑판에 떨어졌다. 곧이어 두 번째 미사일이 날아와 이 배는 대폭발을 일으키며 침몰했다. 총 199명의 승무원 중 47명이 전사하고 91명이 부상당한 이 전투 결과는 이스라엘 해군 최대의 패배로 기록된다.
5월초 산업자원부는 지난 4월의 수출이 500억6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8개월 만에 처음 있는 하락세이기는 하나, 작년 4월은 수출이 워낙 호조를 보인 달이어서,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실 선박을 제외한 4월 수출은 10.4% 증가해 전반적인 수출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13대 주력 품목 중 37%가 증가한 반도체와 석유제품, 컴퓨터 등이 큰 호조를 보이는 등 7개의 수출이 증가하긴 했다. 그러나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데다, 기존에 효자 노릇을 했던 품목들 중에서 무선통신기기를 필두로 철강, 자동차, 디스플레이, 가전, 선박 등이 크게 줄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향후 반도체 수출이 주춤해지거나 감소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반도체 가격이 최근 하락하고 있고, 반도체 호황이 끝나간다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그리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더 나아가 4월 수출실적이 구조적인 부진 추세의 시작이라면? 혹시 이는 주요 산업에서 ‘인위적인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수출도 호조를 이어가자, ‘방심’한 나머지 품질·기술 등 비가격 경쟁력 강화를 게을리한 상태에서 수출환경이 크게 변한 결과가 아닐까? MB 정부가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시작한 이후 그간 한국 기업들의 수출은 낮은 원화가치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런데 요즘 대외적으론 미국의 압력 등으로 환율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대내적으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으로 수출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