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좀 더 멋지게 나이 들 수 있을까?
  • 신수경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5 12:14
  • 호수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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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100세 시대’가 오히려 두려운 이들에게 전하는 105세 현역 의사의 조언

 

‘인생 100세 시대’라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니 오히려 오래 사는 것이 무섭다는 사람도 많다. 오래 사는 것이야 모든 이들의 희망이지만 어떻게 오래 사느냐, 즉 건강·금전·외로움 등의 불안 요소들도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미지의 세계니까 자신이 모르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하지만 100세까지 건강하게 자신의 일을 하며 즐겁게 살 수 있다면 누구나 100세까지 살고 싶지 않을까. 저자 히노하라 시게아키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유명 의사다. 그는 105세에 죽기 직전까지 현역 의사로서 저술을 했고, 일본 전역을 돌며 한 해 100회가 넘는 강연을 하는 등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앞으로도 살아갈 당신에게》는 그가 105년 10개월에 걸친 지상에서의 긴 여정을 끝내고 신의 품으로 떠나기 직전, 20시간 동안 나눈 인터뷰를 토대로 그의 마지막 메시지를 담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했던 그는 105세 나이에도 죽음이 두렵다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죽는다는 것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임을 강조한다. 오래 살지 않으면 절대 깨닫지 못할 수많은 감사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왠지 모를 떨림으로 다가온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그의 조언들은 여전히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 무엇보다 위로가 필요한 우리에게 진한 감동으로 전해 온다.

 

© 齋藤文護 제공


 

한국인 테너와 일본인 의사가 보여준 작은 기적

 

히노하라는 영화 《더 테너 라이브》의 실제 주인공인 배재철 테너와의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70년 일본 적군파 비행기 납치 사건, 이른바 ‘요도호 사건’ 당시 승객 인질 중 한 사람이었다. 피랍 나흘 만에 간신히 풀려난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의 인생은 자신에게 새롭게 생긴 덤이라고 여기며 남을 위해 살겠다’며 다짐했다. 무엇보다 아베 정권을 비판하며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그는 세계 평화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교류를 통해 가능하다고 믿었다. 상대 국가에 자기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런 사람이 한 사람, 또 한 사람 늘어나면 국가 간의 평화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는 102세 때 처음으로 배재철 테너의 노래를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히노하라 시게아키 프로듀스 배재철 콘서트’를 열며 한국인과 일본인의 우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배씨가 테너로서 정점을 찍을 무렵 암에 걸려 목소리를 잃을 지경에 이르자, 많은 이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 그러나 히노하라는 끝까지 그가 다시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매번 공연장에 온 사람들 모두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가 되는 그 광경은 콘서트라기보다는 평화의 모임이었다. 히노하라는 이런 작은 기적 속에서 세계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 확신했다.

 

히노하라 시게아키 지음 홍성민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1만1800원


 

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며 ‘keep on going’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일했던 히노하라에게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나이 들어도 그처럼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는 나이가 들자 식습관이나 건강습관은 물론이고 외모에도 나름 신경을 썼다. 외모를 가꾸면 사람을 만나고 싶고 적극적이 된다고 했다. 그것은 늘 새로운 자신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도 연결된다. 과거의 자신에게 얽매이지 않고 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며 항상 ‘킵 온 고잉(keep on going·앞으로 전진)’하는 습관은 그를 그대로 머물러 있게 하지 않았다. 8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젊은이와도 교류했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했다. ‘요즘 젊은이는 돼먹지 않았다’는 식의 기성세대 사고방식에 일침을 가했다.

 

히노하라는 100세가 넘어서도 병원 현장에서 의사로 일했다. 그가 건강하게 나이를 먹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비결일 것이다. 그에게 일을 한다는 것은 삶 그 자체였고,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이라는 시간을 얼마나 남을 위해 쓸 수 있는가를 의미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이전처럼 매일 출근하며 환자를 돌볼 수는 없지만,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었다. 이렇듯 그에게 일이란 곧 ‘사명’이었다. 그는 자신의 사명과 마주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삶과 일하는 것이 일체화하는, 그것이 바로 가장 이상적인 현역의 모습임을 강조한다.

 

105세가 되었음에도 죽음이 무섭다고 고백한 그는 그래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살아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쁘다고 했다. 살아 있으니 미지의 자신을 만날 수 있어 가슴 설렌다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늙어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또한 방황과 불안 속에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우리에게 남기고자 했던 그의 메시지를 곱씹어보고 또 곱씹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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