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Be Evil’ 천명한 구글의 ‘굿 컴퍼니’에 대한 고민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9 10:29
  • 호수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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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굿 컴퍼니 지수(GCI)’] (5)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찰스 디킨스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이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4월27일(현지 시각) 이 문장을 첫머리로 담은 편지를 주주들에게 보냈다. 이 문장에 빗대 브린은 “우리는 위대한 영감과 가능성의 시대에 살지만 기술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없을 만큼 연결시킴에 따라 막대한 신중함과 책임감도 필요하게 됐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세르게이 브린과 구글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매년 주주들에게 ‘창업자의 편지’를 보낸다. 최근의 주요 성과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주주들과 공유하는 장이다. 2004년 구글의 기업공개(IPO) 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올해도 편지는 어김없이 발송됐고 언제나처럼 편지에는 구글이 꿈꾸는 세상과 미래의 청사진이 담겼다. 하지만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구글 등 정보기술(IT) 업체가 주도하고 현재 전 세계인이 누리는 ‘기술 르네상스’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편지에는 ‘좋은 회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짙게 묻어 있었다.

 

2017년 1월19일 스위스에서 열린 2017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세르게이 브린 © 연합뉴스


브린은 “IT 기업은 수억만 명 사람의 삶을 변모시킨 혁신을 이끌었지만 그러한 진보에 따른 법적인 많은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신기술의 적용과 도입으로 우리는 ‘기술 르네상스’ 속에 살 수 있게 됐지만 기술이라는 강력한 도구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고도 말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고, 이러한 기술의 가면에 감춰진 것이 무엇인지, 그러한 기술이 안전한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2004년 IPO 당시 “사악해지지 않겠다(Don’t Be Evil)”고 천명했다. 브린의 편지가 악마가 되지 않으려는 구글의 다짐일지 악마의 속내를 감추려는 위장술일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바로 회사의 명운을 좌우한다는 점을 구글이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세계를 호령하는 구글조차 ‘굿 컴퍼니’에 대한 물음 앞에 겸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지혜를 모으고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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