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자에 징역형” 청와대 청원 사흘 만에 20만 돌파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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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낮잠 자는 ‘처벌법’…여성계 “‘리벤지 포르노’ 아냐, 디지털 성범죄”

한 여성 연예인과 ‘폭행’ 공방을 벌여왔던 전 남자친구가 둘 사이의 성관계 동영상을 갖고 유포 협박을 한 의혹이 제기되며 ‘디지털 성범죄’를 엄벌해달라는 여론이 거세다. 연인 관계라고 해도 상대방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영상을 찍거나, 이를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현재 경찰이 수사를 통해 진상 파악 중이다.  

 

10월7일 오후 기준 ‘최**과 이하 비슷한 리벤지포르노 범들 강력징역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는 20만750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청와대는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있는 청원에는 직접 공식 답변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자를 징역형 등 강력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남자에겐 협박용, 여자에겐 공포 대상”

 

청원자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범죄가 세상에 나온 지 몇 십 년이 지나는 동안, 가해자들은 그 누구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너가 조심했어야지’라는 뻔하고 지겹고 역겨운 2차 가해와 공격들로 자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영상을) 유포해서 징역을 가는 것은 예방이 되지 않는다”며 “리벤지 포르노를 찍고 소지하고 협박한 모든 사실관계의 가해자들을 조사하고 ‘징역’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청원자는 “가벼운 징역? 거부한다. 벌금 처벌? 거부한다. 더 이상의 협의는 없다. 찍었다가 지웠어도 징역에 처해달라”고도 했다. 

 

여성 연예인이 전 남자친구를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 및 협박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비슷한 내용의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다른 청원인도 국민청원 게시판에 “딸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연예인 사건을 보면서 개탄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데이트 폭력과 리벤지 포르노는 왜 남자에겐 협박용이 되고 여자에겐 공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면서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을 글을 올렸다.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는 헤어진 연인을 괴롭힐 목적으로 유포하는 성 관련 사진·영상을 뜻한다. 여성가족부와 여성계 등에서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 대신 ‘디지털 성범죄’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범죄 영상의 제작이 곧 가해행위라는 인식을 고취하고 논점을 피해자에게서 가해자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포르노라는 단어는 오히려 여성들에게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 역시 ‘디지털 성범죄 아웃’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피해영상을 시청하는 것 역시 디지털 성범죄임을 알리는 프로젝트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디지털 성범죄는 낯선 이보다 친밀한 관계에서 데이트 폭력 등이 수반되면서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100일 동안 1000여 피해자의 2358건의 피해 건수를 지원한 결과를 보면, 유형별로는 ‘유포-불법촬영-유포협박’ 순서였고 전 배우자나 전 연인, 아는 사이가 불법촬영자의 7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란물 불법 유통 1680명 중 징역형 1.8% 불과

그런데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주된 이유가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6년간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7446명 중 징역·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647명으로 8.6%에 불과했다. 벌금형이 4096명(55%)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집행유예(2068명) 27.88%, 징역형(647명) 8.6%, 선고유예(373명) 5%, 기타(197명) 2.6%, 무죄(63명) 0.8% 순이었다. 

 

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지난 6년간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인원은 1680명이었는데, 그 중 징역·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30명으로 1.8%에 불과했다. 벌금형이 924명으로 55%에 달했다. 기타(361명) 21.5%​, 집행유예(274명) 16.3%, 선고유예(71명) 4.2%가 뒤를 이었다. 재판받은 사람 중 여성은 94명으로 5.6%였다.

 

남 의원은 “불법적으로 촬영하거나, 촬영 당시 동의했더라도 이를 미끼로 동의 없이 유포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라며 “불법촬영은 피해가 극심한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처벌 수위가 낮았다”고 우려했다. 이어 “불법 촬영 관련 법을 국회에서 신속히 통과시켜 가해자를 엄벌할 것”이라면서 “특히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유포했을 경우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개정안 등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불법 촬영물 유통을 통한 범죄수익의 몰수·추징하는 개정안 등의 통과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지난 10월6일 서울 혜화역에서 시위자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지난 10월6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및 편파 판결 규탄 집회에는 여성 6만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불법촬영 규제법안 시행하라” “성범죄자 앞날 따위 관심 없다. 가해자 편 사법부도 가해자다” 등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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